베를린 여행의 마지막 날, 오늘 역시 정해진 일정 없이 발길 닿는대로 움직여 본다. 원두 향이 진하게 풍기는 로스터리 카페에서 훌륭한 커피 한 잔으로 하루를 시작하고, 베를린의 정체성을 담은 뮤지엄에서 옛 동독의 흔적을 색다른 방식으로 탐험해 본다. 이젠 당분간 못 먹을 아쉬움에, 또 커리부어스트를 먹으러 다른 맛집을 찾기도 했다. 짜여진 틀같은 관광 코스가 아닌데도 베를린의 유명한 것을 다채롭게 체험했던 하루. 









베를린을 대표하는 또 하나의 로스터리 카페, The Barn

코스모 호텔에서 조식을 먹으며 폭풍 검색을 해보니 베를린에 보난자 커피와 쌍벽을 이루는 또 하나의 로스터리 카페를 발견했다. 베를린 마지막 날의 시작으로 더없이 좋을 것 같아 일부러 찾았다. 호텔이 워낙 도심에 있어서 어디로 향해도 이동 시간이 길지 않아 좋다. 

그런데 지도 상에는 분명 쿤스트할레 건물 바로 옆인데 아무리 주변을 둘러봐도 카페 비스무레한 입구조차 보이지 않는다. 알고 보니 간판이 따로 없고 바닥에 세워진 작은 간판 뒤로 들어가면 꽤나 넓은 공간이 펼쳐지는데, 베를린의 전형적인 카페답게 소박하면서도 빈티지한 멋이 흐른다. 헛간(Barn)이라는 이름 치고는 너무 근사하다. 









생각보다 규모가 큰 로스터리 카페에서는 여러 바리스타가 커피를 내리고 한쪽에서는 커핑 테스트도 한창이다. 그 때 빨간 단발머리의 경쾌한 직원이 유창한 영어로 주문을 받는다. 에어로프레스 한 잔을 시키고 다시 자리로 돌아가 앉아 있는데, 갑자기 그녀가 나를 부른다. 카메라를 들고 있는 걸 보고 "지금부터 커피를 내릴 건데, 원한다면 와서 찍어도 괜찮아요"라며 말을 건네는, 여행자를 향한 그녀의 배려가 고맙다. 


커피를 내리며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었는데, 어제 다른 로스터리에 다녀왔다고 하니까 "보난자?"라며 먼저 묻는다. 자기도 그곳에 자주 간다며, 베를린에서 손꼽히는 로스터라고 했다. 어제 갔던 보난자와 이곳은 걸어서 15분 거리라니, 베를린 커피 투어를 원한다면 두 카페를 하루에 돌아봐도 좋을 듯. 나는 베를린을 떠나는 날까지도 이곳의 지리를 완전히 익히지 못해, 어제 온 동네를 또 왔구나;;









보난자와 마찬가지로 The Barn의 커피도 원두 본연의 맛을 살린 시큼하면서도 묵직한 향이 입안을 오랫동안 감돈다. 여기에 원두 로스팅하는 향기까지 어우러져 커피를 사랑하는 이들에겐 그야말로 천국같은 공간. 이곳의 특징은 자체 블렌딩 원두를 많이 선보인다는 것인데, 그만큼 커피 맛에 대한 연구를 많이 한다는 반증일게다. Roasted in Berlin이라는 도장이 찍힌 원두를 기념으로 사가고 싶어서, 바리스타에게 추천받은 블렌딩 원두를 구입해 나왔다. 


The barn Coffee Roasters 홈페이지 http://barn.bigcartel.com/











동독의 생활상을 담은 인터랙티브 뮤지엄, DDR Museum

카페를 빠져나와 베를린의 관광버스라 불리는 시내버스 100번을 타고 베를린 성당 앞에서 내렸다. 웅장한 성당은 물론 멋있었지만 유럽 일정이 3주 가까이 이어지다 보니 조금은 색다른 걸 보고 싶었다. 그때 강 건너에 크루즈와 함께 펼쳐진 DDR 박물관&레스토랑의 외관이 보였다. 베를린 현지의 여러 여행정보에서도 추천하는 뮤지엄이어서, 속는 셈치고 티켓팅을 하러 들어갔다. 그런데 내 지갑 속에 꽃아둔 정기권을 발견한 직원이 "너 정기권 있네? 그럼 할인이야"라며 7유로인 입장료를 4유로로 할인해 준다! 오호라~ 아낀 티켓값으로 호기롭게 생수 한 병 사고 입장. 









DDR 뮤지엄은 처음엔 어리둥절하다. 조명은 온통 어둡고, 커다란 사물함이 곳곳에 놓여 있는데 사람들이 서랍을 열고 코를 박고 뭔가에 열중해서 구경하는 모습이 너무 낯설었다. 알고보니 DDR 뮤지엄은 체험형 박물관으로 모든 전시품이 칸칸이 마련된 서랍 속에 들어 있고, 혹은 디지털 컨텐츠로 눈앞에 실감나게 펼쳐진다. 동독의 생활상을 시대 별로 나열하는 데에 그치지 않고 관람자가 직접 전시물에 손을 대거나 문을 열어야 볼 수 있도록 만든 기발함에 깜짝 놀랐다. 예를 들면 어린이들이 당시에 보던 그림책을 컴퓨터 화면으로 손을 대면 페이지가 넘어가게끔 만들어 놓는 식이다.









그래서 DDR 뮤지엄에서는 그냥 전시장을 둘러보기만 하면 재미가 없다. 적극적으로 보고 싶은 것들을 열고 들여다봐야 흥미로운 것들이 눈앞에 펼쳐진다. 분단과 전쟁의 아픔, 아직도 남아있는 옛 동독의 흔적 마저도 유쾌한 아이디어로 풀어내는 독일 뮤지엄 문화 자체가 참 창조적이고 멋지다는 생각이 들었다. 


DDR Museum 홈페이지 http://www.ddr-museum.de/en










또 다른 커리부어스트 맛집, Curry36

뮤지엄 근처에는 비싼 관광객용 레스토랑 뿐이어서, 어제 친구가 알려준 커리부어스트를 먹으러 메링담(Mehringdamm)역으로 향했다. 메링담에 있다는 것 빼고는 가게 이름도 모르고 아무 정보도 없었는데, 역에 내려서 나가자마자 엄청나게 서있는 줄과 야외 테이블의 북적이는 인파를 보고 한방에 찾았다.ㅋ 서둘러 줄부터 서기! 역시나 줄은 빠르게 줄어드는데, 독일어를 못하는 나는 커리부어스트, 그리고 손짓발짓;;으로 양파 곁들임을 함께 주문했다. 










커리부어스트는 베를린을 대표하는 패스트푸드다. 빨리 먹는 간이음식인 만큼 스탠드 테이블에서 서서 맥주와 함께 휘리릭 먹고 가는 사람들이 대부분이다. 나도 겨우 자리를 잡고 커리부어스트를 맛본다. 어제 먹은 커리부어스트와는 또 맛이 다른데, 여기는 일단 양파를 캐러멜라이즈해서 소시지 위에 같이 올려준다. 케챱 맛도 미세하게 다르고, 간이 좀 있는 편. 어제 그 많은 감자튀김과 소시지를 먹고 오늘 또 이걸 다 꾸역꾸역 먹으려니 슬슬 고혈압이 걱정되는ㅋㅋ 하지만 쫄깃쫄깃한 독일 소시지를 맛볼 날도 이젠 당분간 마지막이니까. 


Curry36 홈페이지 http://www.curry36.de/  (메링담이 본점이고, 25 Hours 호텔이 있는 동물원 역에도 지점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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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김동영 2014.09.18 17:56

    경리단길에 가면 베를린 커리부어스트가 있답니다
    커리36처럼 껍질이. 앖는 ohen darm도 있습니다.
    맛 있어요...맵게도 먹을 수 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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