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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Indonesia

발리의 첫인상, 그리고 리조트 여행에 대한 씁쓸한 단상

by nonie 2013. 11. 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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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여행 중에는 생각이 정리되지 않은 여행기를 블로그에 잘 남기지 않는 편인데, 발리에 와서 느끼는 혼란스러운 감정은 지금이 아니면 쓰지 못할 듯 하여 짧게 남겨본다. 


지금 나는 파도가 부서지는 인도양의 밤을 바라보며 이 글을 쓰고 있다.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발리의 5성급 리조트는 10명이 자도 될 만큼 넓고, 2명의 하우스키퍼와 1명의 버틀러가 24시간 대기하며 이틀간 나의 모든 것을 책임진다. 허니문이든 개인여행이든 비즈니스 트립이든, 리조트에 묵는 순간 이 모든 서비스가 시작된다. 또한 이 모든 것은 발리의 고급 관광산업을 대변한다. 혹시 리조트 여행을 꿈꾸는지? 그렇다면 그 뒤에 숨겨진, 하지만 결국 마주할 수 밖에 없는 진실에 대해서도 한 번쯤 생각해 보면 어떨까 싶다.


설레이는 마음을 가득 안고 도착한 발리, 하지만 도착 즉시 비자 명목으로 몇푼의 달러를 내고 1시간 이상 이미그레이션 줄을 서고, 또다시 보안검사를 하는 국제 공항....어딘지 모르게 필리핀이 연상되는 전형적인 개발도상국의 형편없는 공항에서, 전세계 수많은 여행자들은 그저 '돈'일 뿐이었다. 낡은 달러 대신 신권을 요구하는 공항 택시를 어렵사리 잡아타고 오면서, 나는 지금까지 가지고 있던 발리에 대한 모든 환상을 도착 2시간 만에 접어야 했다. 스산한 바람이 부는 발리의 자연은, 놀랍도록 훼손되고 있었다. 리조트 단지가 아닌 지역의 산에는 쓰레기가 가득했고, 산과 숲이 있을 법했던 자리는 모두 리조트로 바뀌고 있었다.  


이걸 유심히 보게 된건, 발리에 오기 전 타이페이의 극장에서 본 한 다큐멘터리 덕분이다. 대만의 아름다운 자연환경과 그것이 파괴되고 있는 현재를 그린 Beyond Beauty. 함께 영화를 봤던 대만의 젊은이들은 많이 울더라. 난 복잡한 심경에 차마 눈물도 흘리지 못했다. 굴뚝이 없다는 여행산업 역시 자연환경에 크나큰 영향을 주고 있었다. 나 역시 그 속의 일부 아닌가. 마침 발리에 와보니 다큐보다도 더 적나라하게 모든 과정이 보인다. 지금도 공사 중인 리조트가 많고, 이번에 들러야 하는 리조트 4곳도 모두 올해 새로 지어진 것들이다. 지금 발리의 숙소는 2천 여개가 넘는다.


물론 신상 리조트를 소개하는 것이 이번 여행의 미션이기에 어쩔 수 없이 일정은 해나가야 하겠지만, 여행과 호텔을 바라보는 시각이 예전과는 많이 달라지지 않을까 싶다. 내가 여행을 하면서 만들어내는 많은 쓰레기, 불필요한 소비, 그것의 일부를 control하는 호텔의 정책... 이 모든 것을 총체적으로 바라보고 비판할 건 비판하고 잘못된 습관도 고치는 계기로 삼으려 한다. 다행히 지금 머물고 있는 리조트는 1회용 어메니티를 비치하지 않는다. 나 역시 1회용품을 예전처럼 마구 뜯어서 쓰지 않고, 가지고 다니는 칫솔이나 비누 등을 계속 쓰고 있다. 하지만 이 리조트, 그리고 이곳을 찾은 나는 모두 자연에 너무나 큰 빚을 지고 있다. 


그런데 이번 대만여행에서 만난 베이터우의 한 숙소는 지역사회와 자연환경, 관광산업에 모두 선순환이 되는 훌륭한 비즈니스를 하고 있었다. 우리가 그런 숙소를 더 많이 찾을수록, 비슷한 마인드의 숙소가 더 많이 생길 것이다. 공정 여행이나 착한 여행의 개념은 대다수 여행자에게는 다소 일방적이고 강박적으로 비춰진다. 오히려 여행의 출발점인 호텔 비즈니스에서 변화가 시작되어야 하지 않나 싶다. 나 역시 그런 비즈니스를 꿈꾸는 1인이지만, 아직 능력이 부족하기에 우선은 그런 숙소를 찾아내고 널리 알리는 것부터 시작하려 한다. 다행히 이번 아시아 투어에서는 좋은 모델을 만났고, 또 대표적인 반대 케이스인 최고급 리조트도 두루 경험한다. 나름대로의 결론은 모든 일정이 다 끝나고 나서 내리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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