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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Malaysia

찬란한 문명의 흔적을 좇다, 이슬람 아트 뮤지엄

by nonie 2012. 7.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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빙빙 도는 택시를 타고, 뮤지엄으로

KL에 도착한지 벌써 3일 째. 더블트리의 푸짐한 조식 뷔페로 든든하게 배를 채운 후, 호텔 로비의 친절한 서비스만 믿고 흔쾌히 잡아주는 택시에 올라탔다. 근데...택시가 뭔가 좀 달랐다. 중형차 사이즈의 큰 좌석이 일반 택시보다 쾌적하고 좋긴 한데, 기본료를 보니 아뿔싸. 두배(6링깃)로 시작하네! 한국으로 말하자면 '모범 택시'를 탄 꼴이다. 이번 일정에서 가장 먼 곳인 '레이크 가든' 부근인데 이를 어쩌나. 드라이버를 믿어보는 수밖에.


근데 이 아저씨, 분명 레이크 가든 근처까지 다 온 것 같은데 주변 도로만 계속 빙빙 돈다. 순진한 척 고수였던 택시 기사  덕분에, 택시비 싼 말레이에서 무려 30링깃(한화 15,000원)이나 주고 말았다. 바가지였든, 정말 헤맸든 간에 한국인 관광객이 자주 오지 않는 지역임은 분명했다. 과연 이 뮤지엄이 이렇게 힘들게 찾아올 만한 가치가 있을까.





뮤지엄은 1층과 2층의 안팎이 교묘하게 계단으로 이어져 있다.


아름다운 뮤지엄의 1층 전경.


이슬람 아트 뮤지엄의 하이라이트, 돔형 천장.



그러나 난 직감하고 말았다. 이 뮤지엄은 택시비 따위가 문제가 아니었다는 것을.


이 사진들을 아이폰으로 찍었다고 하면 믿을 수 있을까? 카메라가 무엇이든, 이 뮤지엄에서는 당신이 상상하는 이슬람 문명의 가장 아름다운 건축물 중 한 곳을 확실히 담을 수 있다. 화이트 톤의 웅장한 로비에 들어서자마자, 시선을 어디다 두어야 할 지 모를 정도로 아름다운 전경을 뽐내고 있었다. 특히 각 층마다 각기 다른 컬러로 빛나는 돔형 천장은 흡사 터키의 어느 대형 사원에 와있는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했다.










이슬람 아트 뮤지엄이 대단한 이유

이 뮤지엄은 말레이시아의 이슬람만을 다룬 것이 아니라 전 세계 이슬람 문명의 예술품을 두루 전시하고 있다. 여러 이슬람 국가에 방문해 봤지만 이러한 전시 규모는 가히 압도적이었다. 실제로 이곳을 관람하는 이들도 외국인들보다 현지 이슬람 신도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코란 하나만으로도 한 섹션을 이룰 정도로 방대한데, 거대한 사이즈부터 손바닥보다 작은 것까지 그야말로 각양각색이다. 이슬람 문명에 개인적으로 오랜 관심을 두고 있기 때문에, 유물 하나하나가 흥미롭게 다가왔다.








두리안 모양으로 정교하게 만든 그릇은 역시 말레이시아만의 문화가 잘 녹아 있는 대표적인 유물이다. 또 이슬람 버전으로 만들어진 체스판도 말 하나하나가 위트가 넘친다. 이외에도 이슬람 문명이 스며든 세계 각국의 의복, 무기, 그림 등 다채로운 유물들이 파노라마처럼 펼쳐진다. 보존 상태도 매우 좋은 편이다. 자국의 바틱 뿐 아니라 오는 7월 20일까지는 인도네시아의 바틱 천만을 모은 특별 전시가 이어지는 등 수시로 열리는 전시도 체크해보는 게 좋다.  







2층 규모의 전시관을 깨알같이 둘러보고 나면 1층에 기프트숍이 있는데, 이 숍도 꽤나 크기 때문에 꼼꼼하게 둘러봄직 하다. 여기서 구입한 건 전통 천으로 만든 핸드메이드 티코스터 세트. 동생과 둘이 각기 다른 종류를 사서 사이좋게 나누어 가졌다. 









놓치지 말아야 할 히든 플레이스, 뮤지엄 카페

기프트숍에서 조금 더 안쪽으로 들어가면 카페 겸 레스토랑의 입구가 나오는데, 사실 일반 방문객은 그냥 지나치기 쉽다. 하지만 이곳에서 가볍게 차 한잔 하는 걸 정말 추천하고 싶다. 이 카페야 말로 뮤지엄의 아름다운 전경을 제대로 감상할 수 있는 뷰포인트이기 때문이다. 선명한 블루 타일의 분수대가 통유리창 밖으로 보이는, 끝내주는 전망을 앞에 두고 마시는 카푸치노. 말레이시아 커피가 아무리 맛이 없다지만, 이곳에서의 커피는 맛으로만 그 가치를 매길 수 없다.


이슬람 아트 뮤지엄 

홈페이지: http://www.iamm.org.my  입장료: 어른 12링깃









옛 건물로 가득한 레이크 가든 주변을 헤매다

너무 멋져서, 그리고 밖이 너무 더워서 나가고 싶지 않지만, 떨어지지 않는 발걸음을 애써 이끌고 뮤지엄을 나선다. 레이크 가든은 새 공원으로 유명하지만, 그보다 옛 기차역이었던 건축물과 KL 최고의 모스크 등 멋진 건물들은 무더위 속에서도 음미할 만한 가치가 있었다. 하지만 말레이시아의 찌는 듯한 날씨는 우리를 금새 항복하게 만들었고, 하는 수 없이 이슬람 국립 박물관으로 가려던 일정을 포기한 채 택시를 타고 방사 빌리지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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