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서호주7

[서호주 자유여행] 프리맨틀의 낡은 소방서 건물에서 먹고 자던 시간들 퍼스의 고급 호텔에서 편하게 지내다가 아침 일찍 프리맨틀 역에 도착했을 때 나를 저절로 반겨주는 이는 당연하게도 없다. 이럴 때 여행가이드북의 역할이 중대해진다. 론리플래닛을 뒤적뒤적하다가 발견한 올드 파이어하우스 백팩커스. 일단 역에서 가깝단다. 하지만 초행길이 그리 만만하랴. 무거운 캐리어 질질 끌고 한참을 해맨 끝에 비로소 역에서 5분 거리에 있는 게스트하우스를 발견! 아아. 요 소박한 붉은 벽돌건물이구나. 아침부터 예약도 없이 들이닥친 불청객인데도, 젊은 털보아찌 주인장은 환하게 웃으며 나를 반긴다. 갑자기 긴장했던 마음이 스르르 풀리며 집에 온 듯한 안도감이 든다. 4일치 방값을 카드로 결재한 후 그는 이불과 그밖의 살림살이가 든 거대한 짐더미를 주며 따라오란다. 끼익끼익 소리가 나는 나무 계단.. 2009. 5. 21.
[서호주 자유여행] 프리맨틀에서 느끼는 또 다른 자유로움 2009년 3월 1일 @ Fremantle 프리맨틀로 왔다. 이곳은 퍼스에서 기차로 20분 정도 떨어져 있는 작은 항구도시다. 퍼스에서 그렇게도 많이 보이던 한국 사람들도 이젠 거의 눈에 띄지 않는다. 이곳엔 유럽인 관광객들과 호주 사람들만 드문드문 지나다닐 뿐, 정말 한적하고 조용하다. 퍼스에서는 편하게 다녔지만, 이곳에서는 모든 것을 알아서 해야 하고 방도 누군가와 함께 써야 한다. 하지만 오히려 능동적으로 움직이지 않으면 안되는 이곳의 환경이 나를 좀더 솔직하게 만들어주는 것 같다. 몸과 마음의 소리에 좀더 충실해지고 있다는 걸 느낀다. 무작정 커다란 짐가방을 끌고 프리맨틀 역에 내린 3월의 첫날 아침, 그래도 아직은 내가 젊다는 걸 실감한다. 가이드북을 뒤져서 찾아낸 호스텔을 향해 뚜벅뚜벅. 활기.. 2009. 4. 26.
[서호주 자유여행] 검푸른 인도양을 바라보며 선탠을 즐기다 참으로 여행은 모든게 정해져 있지 않은 길이다. beach에 가고 싶다고 무작정 cottesloe행 기차를 탔는데, 우연히 같은 방향의 어르신 일행을 만나서 함께 갈 수 있었고. 선탠하는 내게 다가와 차가운 맥주 한 병을 선사한 할아버지 '조지'도 그렇고. 모든 것이 정해져 있지 않다. 하지만 마치 기다리고 있었던 것처럼 아귀가 적당히 들어맞는게 어쩐지 신기하다. 어느 정도의 선만 지키면 여행은 사람으로 인해 풍요로워지고 편안해진다. 때로는 도움을 받기도 하고, 때로는 선의를 받아들이기도 하면서 그렇게, 여행은 계속된다. 인도양의 바다색은 내가 상상했던 검푸른 빛깔 그대로였다.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던, 조지 할아버지가 그렇게도 자랑스러워 하던, 정말 깨끗하고 멋진 서호주의 비치. 하지만 다음엔 스프레이형.. 2009. 4. 2.
[서호주 자유여행] 돌발 인터뷰! 서호주에서의 3년, 또다른 나를 발견하다 퍼스 시내 한복판에 위치한 별 4개 호텔 Holiday Inn. 프로모션 기간이 아니면 1박에 400불 이상을 내야 하는, 내 돈 주고는 묵을 수 없는 고급 비즈니스 호텔이다. 아침식사를 하기 위해 1층의 레스토랑으로 내려왔을 때, 친숙한 이미지의 동양인 여직원이 나를 향해 반갑게 인사한다. "안녕하세요?" 나중에 알게된 일이지만 한국인 유학생인 그녀는 투숙객 중 유일한 한국인인 내가 체크인을 했을 때 누굴까 궁금했다고 한다. 두 번째 아침 식사 때 나는 조심스레 인터뷰 요청을 했고, 시원시원한 성격의 그녀는 흔쾌히 OK를 해주었다. 그날 오후, 우리는 Holiday Inn의 야외 바에서 시원한 생맥주 한 잔을 앞에 놓고 두 시간 내내 경쾌한 수다를 나누었다. 3년차 유학생 Kate(25세,가명)가 들려.. 2009. 3. 29.
[서호주 자유여행] 비즈니스 클래스에서 만난 호주인 리처드와의 대화 퍼스로 향하는 비행기 안에서, 나는 사진을 단 한장도 찍지 못했다. 난데없는 비즈니스 클래스에 착석하는 바람에 긴장을 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왠지 사진놀이 따위는 해서는 안될 것 같은 무언의 분위기.... 내 옆자리에는 비즈니스 클래스는 쿨하게 열 댓번은 타봤을 것 같은 부유한 인상의, 그러나 캐주얼한 차림의 중년 남자가 앉아 있었다. 좌석이 사진처럼 지그재그로 배치된 게 아니라 바로 옆자리에 나란히 있어서, 사실 얘기를 건네자면 얼마든지 할 수 있었다. 하지만 괜시리 먼저 잘난척 했다가 모처럼 앉은 럭셔리 좌석에서 망신살 뻗칠까봐 일단 가만히 있기로 했다. 아, 심심해. 가이드북이라두 꺼내서 봐야겠다. 옆자리 아저씨는 이미 라이트를 켜고 페이퍼백을 열심히 읽고 있다. 나도 불이나 켜야지. 낑낑. 근데.. 2009. 3. 18.
[서호주 자유여행] 가난한 여행자, 졸지에 비즈니스 클래스 승객이 되다 @2009년 2월 25일 오전 9시. 공항에 다 와서도 차마 발길이 떨어지지 않던, 내내 무거웠던 마음. 맘 편히 여행할 상황이 아니었기에 여느 때와 달리 인천공항은 반갑지 않았다. 엄마, 그리고 베프와의 전화 통화로 겨우 마음을 다잡고 게이트로 향한다. 태어나서 처음 떠나는 나홀로 해외여행이잖아. 에라 모르겠다. 기왕 가는거, 즐겁게 떠나보자고. 어느덧 비행기는 날아올랐고, 이젠 홍콩 첵랍콕 공항에서 퍼스(Perth)행 비행기를 기다린다. 모든 것은 시작이 반인 법. 공항 구경도 하고 사진도 찍다보니 슬슬 여행할 마음의 준비가 되어간다. 게이트에 줄을 서서 탑승이 코 앞인 그 순간, 빨간 유니폼의 캐세이패시픽 승무원이 내 표를 기계에 통과시켰다. 거기까지는 좋았는데, 갑자기 나의 이코노미석 표를 찢더니.. 2009. 3. 16.
드디어 서호주로 떠나다! 여행정보 수집과 여행 컨셉 잡기 지난 11월에 접수했던 서호주 여행티켓, 한창 성수기인데다 개인적인 일정까지 맞물려 차일피일 미뤄지다가 드디어 날짜가 확정됐다. 2월 25일부터 열흘간 혼자 떠난다. 현재 만석이라 1인밖에 예매를 못하기도 했지만, 역시 동반인과의 스케줄 맞추기는 어려운 일이다.(동반인 후보는 계속 바뀌어왔다) 해외여행에 4~5일 이상의 시간을 갑자기 투자할 수 있는 사람은 생각보다 많지 않더라. 많은 이들이 입버릇처럼 해외여행 노래를 부르지만, 정작 코 앞에 기회가 왔을 때 여행을 최우선순위에 둘 수 있는 한국 사람, 별로 없다는 뜻이다. 흔히들 여행갈 땐 돈타령을 하지만 어디까지나 핑계다. X값으로 다운된 유류할증료만 내면 되는 공짜티켓이었는데도 대개는 쉬운 결정이 아니었다. 아무래도 여행은 '용기'와 동의어인가보다... 2009. 2. 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