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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Singapore

싱가포르 천천히 걷기 - 싱가포르 아트 뮤지엄, 치킨라이스, 그리고..

by nonie 2014. 1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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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우미 호텔이 위치한 시티홀 주변은 완전 관광지라기 보다는 CBD, 즉 오피스 빌딩이 밀집된 지역에 가깝다. 하지만 호텔에서 길만 건너면 유명한 래플스에서 고요한 산책을 즐길 수 있고, 일부러 찾아야 하는 아트 뮤지엄이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3년 전 아트 비엔날레로 좀더 특별하게 만났던 아트 뮤지엄을, 참으로 오랜만에 찾았다. 여전히 전시는 너무나 좋았다. 출출해진 저녁 시간, 호텔 바로 옆의 치킨라이스 집에서 따뜻한 한 끼를 해결한다. 








래플스 산책하기

솔직히 래플스나 차임스(Chimes)는 3년 전이나 이번이나 특별하게 다가오지는 않았다. 고급 레스토랑과 갤러리 등이 입점해 있는 히스토릭한 공간이고, 다른 관광지에 비해 조용해서 천천히 산책하기는 좋은 곳이다. 만약 멀었다면 일부러 오지 않았겠지만, 호텔에서 길만 건너면 바로 올 수 있어서 부담없이 걸으며 특유의 평화로움을 느껴본다. 


 







티켓 한 장으로 두 미술관을 동시에

아트 비엔날레가 성대히 열렸던 3년 전에는 티켓 1장으로 싱가포르 뮤지엄 전체를 볼 수 있었다. 그때 특히 인상깊었던 내셔널 아트 뮤지엄과 8Q(현대 미술관) 역시 나우미 호텔에서 걸어서 5분 거리에 있다. 호텔 투어를 마치고 래플즈를 조금 돌아보고 나니 어느덧 저녁 6시가 다되어 가는 시간. 과연 미술관을 볼 수 있을까? 싶었는데, 8Q 티켓 부스에 물어보니 7시 Closed라 1시간 남았고, 아마 전시를 보기에 시간은 충분할거란다. 그래서 일단 티켓을 끊었다. 근데 8Q에서 끊은 티켓으로 옆 건물인 아트 뮤지엄의 특별전도 함께 볼 수 있다는거다. 오, 그렇다면 구경을 좀더 서둘러야겠다. 









8Q에서는 Still Moving이라는 멀티미디어 전시가 진행되고 있고, 아트 뮤지엄 역시 Medium at Large라는 특별전이 열리고 있다. 얼마전 상하이의 현대미술관 전시는 다소 김이 빠져 아쉬웠는데, 역시 싱가포르의 아트 뮤지엄들은 나를 실망시키지 않았다. 서너 층에 걸쳐 각각의 작품들이 분리된 공간에 여유있게 전시되어 있어, 천천히 하나씩 문을 열고 다니며 구경하는 재미가 있다. 









수많은 오케스트라를 구성하는 이들의 얼굴이 가까이서 보니 죄다 같은 사람(다른 표정ㅋㅋ)인 작품도 있고,한국인 설치미술가의 작품도 있고, 사쿠라의 색상 변화를 단적으로 구성한 작품도 인상 깊었다. 현대미술 하면 좀 이해하기 어렵거나 추상적인 작품도 많지만, 싱가포르 아트 뮤지엄에서 만날 수 있는 작품들은 굉장히 이해하기 쉽고 직관적이며 유머러스하다. 문닫기 전 마지막 1시간을 충만하게 보내기에, 티켓값 10$은 전혀 아깝지 않았다. 게다가 걸어서 호텔까지 금방 갈 수 있으니 부담도 없고.  







싱가포르의 첫 치킨라이스, 그리고 여행의 새로운 시작

나우미 호텔 바로 옆엔 현지인들로 바글거리는 평범한 치킨라이스 집이 있다. 영어도 어느정도 통하기 때문에 포장 주문하기 어렵지 않았다. 로스트(구운 고기) or 화이트(삶은 고기) 중에 선택하면 된다. 나는 로스트 치킨 라이스를 주문했고, 순식간에 포장된 밥을 들고 호텔로 향했다. 저녁을 먹으며 확인해보니, 그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뮤지엄에 가기 전에 내가 보낸 메시지에 대한 답이었다.



문득 3년 전, 싱가포르의 원더러스트 호텔에서 그를 처음 만난 순간이 떠오른다. 부티크 호텔이라 직원이 객실까지 안내해주고 인룸 체크인을 해주는 시스템이었다. 내 또래의 젊고 선한 인상을 가진, 중국계 싱가포르 남자 직원이 체크인을 담당했고, 그의 친절함 덕분에 기분좋게 호텔에 입성했던 기억이 난다. 근데 체크인하고 얼마 안되어 페북을 확인하니, 놀랍게도 그에게서 메시지가 와 있었다. 내가 따로 페북 계정을 알려주지도 않았는데, 검색으로 찾은 모양이다.


"우리 호텔에 온걸 환영해요. 기회가 된다면 싱가포르의 다른 좋은 곳도 많은데 알려주고 싶네요. 그리고 우리 나이가 동갑이더라구요." 


어떻게 해석하면 작업(?) 비슷하게 느껴지기도 했지만 크게 신경쓰지 않았고(물론 따로 만나지는 못했다), 그 이후 페북에서 간간히 연락을 이어갔다. 그는 때때로 언제 싱가포르에 올지 묻곤 했다. 그런데 막상 싱가포르에 진짜로 오게 되니, 불쑥 연락하기가 괜히 망설여졌다. 그때 딱 한번 본 이후 만난 적도 없고, 사실 그가 어떤 사람인지도 모르니까. 


그러다 도착 이틀째 되는 날 문득, 내 여행이 굉장히 재미가 없다는 걸 깨달았다. 홍콩에서 이미 혼자만의 시간은 충분히 가졌고, 싱가포르는 여행 조사조차 제대로 해오지 않았다. 어디 가서 뭘 해야 좋을지 감을 잡기 어려웠다. 그래서 밑져야 본전이다 셈치고, 그에게 연락을 해보기로 했다. 물론 그가 매우 바쁜 사람이라는 걸 알고 있었기에, 큰 기대는 하지 않았다. 그런데 그에게서 답이 왔다. 마치 오랜 친구에게 건네는 메시지처럼 대수롭지 않게.


"CBD에 있다고? 난 금,토요일에 쉬는데. 금요일 저녁에 만나면 어때?"


용기내어 보낸 메시지 하나 덕분에 내 여행이 완전히 달라질 거라는 걸, 상상조차 하지 못했다. 그때까지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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