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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Singapore

센토사에서 보내는 하루! 유니버설 스튜디오와 하드록 카페 @ RWS

by nonie 2014. 12.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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싱가포르에서의 마지막 하루, 과감하게 호텔 조식을 포기하고 호커로 달려가 로컬 음식을 입에 넣는 것으로 아침을 시작했다. 그날 난 하루종일 센토사에 있었다. 센토사는 싱가포르 관광산업의 현재를 그대로 담고 있는 상징적인 존재다. 싱가포르가 재미없다고 투덜대는 한국 여행자들도, 모두 이곳에만 오면 금새 즐거워한다. 그래서 싱가포르 여행은 센토사를 경험하기 이전과 이후로 나뉘는 것 같다. 좀더 손쉽고 즉각적인 즐거움을 안겨주는, 그래서 인스턴트같지만 끊을 수 없는 매력이 있는 센토사에서의 하루.








달콤한 싱가포리안 커피와 토스트,  그리고...

소피텔 소에서의 두 번째 아침이 밝았다. 어제 먹었던 화려한 호텔 조식은 나쁘지 않았다. 서버가 따라주는 원두커피를 마시며 느긋하게 하루를 시작하는 럭셔리 호텔의 아침은, 아무 때나 누리는 호사는 아니니까. 하지만 호텔 조식은 이후 상하이에서도 계속 먹어야 했고, 싱가포르에서의 시간은 얼마 남지 않았다. 게다가 호텔 맞은 편, 24시간 문을 여는 거대한 푸드센터 라우파삿이 지척에 있는데 아직 한 번도 구경을 못했다. 과감하게 조식을 포기하고 그 곳으로 향했다. 

아직 이른 아침이라 대부분의 식당은 문을 닫았지만, 아침장사를 하는 토스트집은 열심히 주문을 받는 중이다. 원래 설탕이 들어간 커피는 먹지 않지만, 오늘만큼은 달콤하고 진한 싱가포르 커피를 곁들인 카야 토스트를 주문했다. 달걀 두 알이 함께 나오는데, 접시에 깨뜨리니 살짝 익힌 계란이 날것처럼 주룩 흘러나온다. 두 개를 접시에 깨뜨려 간장을 살짝 떨어뜨린다. 한국에선 토스트를 계란에 찍어먹는 게 카야 토스트를 먹는 법으로 알려져 있지만, 현지인은 그렇게 먹지 않고 접시째 후루룩 마신단다. 원래 반숙 계란을 좋아하는지라, 이렇게 먹어도 꽤 맛있었다. 







사실 토스트만으로도 아침은 충분했지만, 이제 로컬 음식을 먹을 수 있는 시간이 별로 없으니 좀더 분발하여 이것저것 시켜본다. 얇은 쌀가루 반죽에 부드럽게 반죽된 고기나 새우살을 싸서 쪄낸 홍콩식 딤섬 창펀(肠粉), 매콤한 고추 피클을 듬뿍 얹어낸 중국식 누들을 시켜 순식간에 비웠다. 대체로 4~5불을 넘지 않는 가격도 저렴한 편이고, 요리의 양이 많지 않아서 이것저것 시켜 맛볼 수 있다. 든든히 속을 충전한 뒤, 센토사로 향했다. 








RWS(리조트월드 센토사)에 입성하다  Feat.직원찬스

싱가포르에 머무르던 내내, 나는 참 운이 좋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다른 일정 다 포기하고 센토사에 가겠다고 하자, RWS 직원인 현지인 친구는 선뜻 자신의 출근길에 나를 동행시켜 주었다. 덕분에 줄을 서서 버스를 타는 대신 직원용 차량에 슬쩍 몸을 싣기도 했고, 아쿠아리움과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직원용 무료 티켓을 끊어주겠다며 더운 날 각각의 웨이팅라인을 일일이 기다려주는 수고도 마다하지 않았다. 


하지만 막상 아쿠아리움에 입장하려 하니 직원 본인이 아니라며 제지한 탓에, 50% 할인 티켓을 다시 끊어야 했다. 난 50%도 어디냐며 계속 괜찮다고 했지만, 그는 회사 측에서 일방적으로 복지 혜택을 변경한 건지 인사팀에 확인해야 한다고 씩씩대며 사라졌다. 나중에 알게 된 거지만 그 스탭의 실수였고, 무료 티켓 사용에 문제가 없다는 걸 알고 허탈하긴 했다. 어쨌든 애써준 친구에게 미안했고, 직원용 티켓 지급 수량도 연중 제한적이라는 걸 알고 나니 더 미안해졌다. 기왕 비싼 돈 내고 들어온 데다 친구의 수고에 보답하기 위해서라도,무조건 신나게 잘 놀아야 한다. 혼자서라도! 









내 인생의 두 번째 유니버설 스튜디오, USS

처음 헐리우드에서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만났을 때의 문화충격은 지금도 뇌리에 생생히 남아있다. 평소 밥먹듯이 보던 미드의 촬영지와 영화 배경이 눈 앞에 펼쳐질 때의 감격이란! 청소년기와 20대를 오롯이 미국 문화의 영향권 내에서 보낸 내겐 그보다 순수한 즐거움은 없었다. 그로부터 5년이 지나 또 다시 유니버설 스튜디오를 마주하는 지금, 과연 나는 그때만큼 즐거울 수 있을까. 사실 혼자 테마파크에 오는 것도 처음인데다 이젠 나이도 적잖으니;;; 재미보다는 탐방 목적이 더 크기도 했고, 연일 수면부족에 체력방전으로 시달리는 와중에 놀긴 뭘 놀아...구경이나 하자며. 


그런데, 역시 내가 제일 사랑하는 테마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는 입장 직후부터 사람의 마음을 두근거리게 만든다. 헐리우드와는 전혀 다른 분위기인데, 특히 야외가 아닌 실내 돔 형태여서 덥지 않은 쾌적한 환경이 마음에 든다. 세서미 스트리트에서 어린 아이들 뒤에 앉아 신나게 어트랙션을 타며, 어느새 티켓 문제로 언짢았던 기분은 싹 날아가 버렸다. 딱 하나 탔을 뿐인데, 어느새 파이팅 넘치는 나로 돌아가 있다. 이 MSG같은 마성의 매력. 여전하구나. 


옛날 헐리우드 여행기는 여기.

2010/10/14 - 영화가 현실이 되는 테마파크, 유니버설 스튜디오 헐리우드에 가다








그리하여 좀더 레벨을 높여 트랜스포머 타러 출동! 약간의 웨이팅은 있었지만 다른 테마파크와 비교해서, 또 주말임을 고려했을 때 이 날은 상당히 양호했다. 생각보다 금방 줄이 줄어 내 차례가 돌아왔고, 신나게 4D 안경 쓰고 트랜스포머 고고씽! 사실 난 이 영화를 보지도 않았고 관심도 없으나, 역시 어트랙션 하나는 끝내주게 잘 만들었다. 이게 바로 영화적 체험을 현실로 만들어주는 유니버설 스튜디오만의 매력이다. 








USS를 대표하는 고공 어트랙션 '배틀스타 갈라티카'는 보수공사로 한동안 운휴라고 들었는데, 어쨌든 이날도 타는 사람은 못 봤던 것 같다. 이날은 딱 5~12세용만 탑승 가능한 체력이었던 관계로, 무섭고 높이 올라가는 건 패스. 워터월드나 머미(미이라)처럼 헐리우드에서 했던 것도 패스. 막판에 마다가스카르에서 유아용 어트랙션 또 한 번 타주고, 맛없는 인도식 핫도그 하나 사서 처량맞게 길거리에 앉아 뚝딱 해치우고 나니 딱히 할 일이 없다. 실제 규모도 헐리우드보다 훨씬 작다보니 한 3시간 만에 구경을 끝내버렸다. 사실 좋지 않은 컨디션에는 딱 적당한 일정이기도 했다. 








카지노, 그리고 하드록 카페의 밤

저녁 6시. 저녁이나 먹으러 호텔로 돌아갈까 하다가, 아까 씩씩대고 화내며 출근했던 친구가 일이나 잘 하고 있는지 궁금해서 그의 직장인 카지노에 들렀다. 리조트월드 카지노는 지금까지 가본 중 가장 깨끗하고 안전하게 느껴졌다. 외국인은 여권 스캔을 통해 무료로 입장하고(내국인은 100불ㅎㄷㄷ) 그러다 보니 뭔가 수상해 보이는;; 사람은 거의 보이지 않는다. 메인 홀은 금연이고 흡연 구역은 가장 안쪽에 쳐박혀 있다는 것도 마카오나 타국 카지노와는 다른 점이었다. 카지노를 싫어하는 절대적인 이유가 담배연기 때문인지라, 그냥 사람 구경하며 둘러보기엔 딱히 불편하지 않았다.


바로 그를 찾는 데는 실패하고 호텔로 돌아갔다가, 늦은 밤 다시 찾아가서 그가 일하는 모습을 볼 수 있었다. 카지노 딜러는 한국에서도 일반적인 직업은 아니다 보니, 내겐 다소 신기하고 생소했다. 아는 척을 하면 혹여나 일에 방해가 될까봐, 조용히 빠져나왔다. 그리곤 하드록 카페에서 퇴근한 그를 만나 오늘 애써준 것에 대한 고마움을 전했다. 진한 킬케니 한 모금과 수다로 마무리했던, 싱가포르에서의 마지막 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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