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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Taiwan

[베이터우 1박 여행] 차원이 다른 숙소, Solo Singer Inn

by nonie 2014. 4.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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애초에 베이터우로 여행을 떠날 계획은 없었다. 두번째 타이페이 여행을 준비하던 중, 우연히 한 숙소에 대한 일본쪽 리뷰를 접하고, 모든 일정을 바꾸어 베이터우로 떠나기로 했다. 그곳에 내가 경험하고 싶은 단 하나의 숙소를 발견했기 때문이다. 게스트하우스와 호텔의 장점을 모두 갖춘 솔로 싱어 인은, 단순한 숙소의 개념을 뛰어넘어 지역 경제에 작지만 강력한 힘을 발휘하는 '여행 비즈니스'의 이상향을 그려내고 있었다. 대만 여행과 대만에 대한 나의 모든 관점은 이 숙소를 만나기 전과 후로 나뉜다. 








타이페이에서 베이터우로

호메이하우스에서의 2박은 훌륭했다. 6.3의 강진이 하필 내가 머물던 밤에 오지만 않았어도 훨씬 좋은 기억으로 남았을 텐데 그저 아쉬울 뿐이다. 지진으로 공포의 밤을 보내고 난 이튿날 아침, 다소 양이 부족했던 전날의 샌드위치와 달리 오늘 아침에는 푸짐한 대만식 죽이 나왔다. 튀긴 두부와 오징어 등으로 토핑한 따끈한 죽은 그야말로 천상의 맛! 이렇게 대만 현지식에 대한 트라우마를 모조리 걷어내고, 상큼하게 베이터우로 출발했다. 중산역에서 베이터우까지 지하철로 이동한 후, 신베이터우 역까지 다시 한 정거장만 갈아타면 된다. 오전 11시도 안되어 도착한 듯. 


하지만 내가 묵을 숙소를 찾아가는 길은 만만치 않았다. 구글 맵으로 정확한 위치와 GPS를 파악하고 있었지만, 초행에 신베이터우에서 숙소까지 가는 길은 쉽지 않았다. 만약 로밍을 하지 않았다면, 신베이터우 역에서 무료 WI-FI를 제공하니, 여기서 구글 맵을 실행해 숙소 주소를 미리 읽어 놓으면 오프라인 상태에서도 길을 잃지 않을 수 있다.







대만을 이끄는 야심찬 벤처 경영자, 헤더와의 만남

온천 호텔과 지열곡 빼고는 딱히 관광지랄 것도 없는 베이터우는 역시나 사람사는 동네다. GPS에 의지한 채 땀을 뻘뻘 흘리며 캐리어를 끌고 구불구불한 동네 골목을 헤매고 있었다. 분명 이쯤인 것 같은데....일반 가정집이라 긴가민가하며 문을 기웃거릴 즈음, 작은 소녀가 문을 드르륵 열며 "여기 들어갈래? 나 지금 문 잠그려고 하는데..."라며 말을 건넨다. 그녀는 홍콩에서 온 페이페이라며 자신을 소개했다. 자기도 여행자인데, 놀랍게도 여기서 머물며 며칠 동안 일을 돕고 있다고. 나는 직감했다. 이제부터의 내 여행은 완전히, 180도 달라질 거라는 걸.... 








급 친구가 된 페이페이 덕분에 스태프인 애니와 웬 수엔과도 금새 친근하게 대화를 나누며 체크인을 하는데, 갑자기 한 무리의 사람들이 숙소에 들이닥친다. 그들을 이끌고 온 사람은 이 숙소를 만든 CEO, 헤더였다. 그녀가 내게 "제가 손님을 좀 데려왔어요. 지금부터 인스펙션을 하려고 하는데, 같이 구경하고 점심 드실래요?"라고 묻는다. 


헤더는 지금 막 대만의 젊은 경영자 컨퍼런스에서 발표를 마치고 오는 길이다. 그 컨퍼런스에서 만난 유럽의 경제학자, 그리고 대만의 벤처 종사자들이 헤더의 비즈니스 모델에 매력을 느껴(cf모델 출신이라는 그녀의 아름다운 외모도 한몫 했으리라ㅋㅋ) 숙소까지 구경하러 온 것이다. 나는 졸지에 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나누게 되었다. 내가 이곳에 도착한 지 불과 30분도 안된 시점이었다.






1층의 아늑한 휴게실. 빈티지한 가구들은 헤더의 할머니가 쓰던 것들.




그녀는 VIP룸인 다다미방과 3층의 옥상 휴게실을 소개하며 이 숙소를 만들게 된 배경을 유창한 영어로 설명했다. 쇠퇴해가고 있던 베이터우의 로컬 경제를 살리기 위해, 50년된 민간 여행사 건물을 인수해 예술적인 공간으로 탈바꿈한 것이 바로 이 숙소다. 특히 헤더는 자신의 할머니가 돌아가시기 전에 쓰던 빈티지한 가구를 다량 물려받아 객실과 복도 곳곳에 아름답게 연출했다. 목조건물의 따뜻함을 그대로 살려 나무바닥과 나무 천정도 그대로 두고, 대신 개별 객실의 설비나 수준은 4~5성급 호텔에 뒤지지 않을 만큼 신경썼다. 천천히 살펴볼수록 놀라움의 연속이었다. 솔직히, 내가 서울에서 너무도 하고 싶은 비즈니스이기에, 질투가 날 정도였다.  


입을 다물 수 없었던 인스펙션을 마치고, 옆 건물에 따로 마련된 레스토랑으로 향했다. 조식을 먹는 이곳 레스토랑 역시 아늑하고 빈티지한 느낌으로 숙소를 참 닮았다.








모두가 그날 난생 처음으로 만났는 데도, 이 공간에서 점심을 먹는 순간이 참으로 따뜻하게 느껴졌다. 키친에서 손수 만든 따뜻한 대만식 반찬들에는 모두 정성이 가득 담겨 너무나 맛있었다. 맞은 편에 앉은 청년은 에버노트 대만 지사에서 근무하고 있다며 밥먹다 말고 스티커를 선물한다.ㅋㅋ 내가 에버노트의 열혈 유저라고 했더니 너무 좋아하면서, 서울에 자주 가니 꼭 만나자며..ㅎㅎ 옆 자리엔 유럽 경제학자 할아버지의 통역사 언니가 앉아 있었는데, 한국을 너무 좋아해서 여러 번 여행했다며 자신을 소개했다. IT벤처를 창업했다는 한 모바일 개발자도 내게 명함을 건넨다. 


뜻밖에도 헤더는 한국의 정치 상황에 대한 질문을 내게 건넸다. 여성 대통령이 집권한 것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냐고. 하아...내 아무리 영어가 짧아도 대충 대답할 순 없지. 분노의 답변을 마치고ㅋㅋ이어서 헤더는 컨퍼런스에서 발표했던 그린 비즈니스에 대한 자신의 생각을 노트북으로 PT까지 해가며 토론을 이끌어내고....대망의 점심식사가 막을 내렸다.









댄서가 디자인한 객실, 여백의 미에 대해 생각하다

베이터우에 와서 무려 3~4시간이 흐른 후에야, 비로소 내 방에 들어가볼 수 있었다. 갑자기 수많은 사람들과 인사를 하고 친구가 된 후, 객실을 둘러보며 이 숙소의 진가를 확인할 수 있었다. 누구나 드나들 수 있는 개방적인 로비는 게스트하우스처럼 만남의 기능을 하고, 객실 자체는 호텔에 뒤쳐지지 않는 편의성을 제공하는 탁월한 숙소였다. 모든 객실은 디자인이 조금씩 다른데, 내가 머문 방은 책읽기를 사랑하는 댄서가 디자인했다고 한다.









최소한의 장식만 갖춘, 빈티지한 건물 특성을 그대로 살린 방이었다. 너무나도 단순하지만, 또한 아름다웠다. 사진엔 없지만 댄서가 이 방을 디자인한 후 퍼포먼스했던 사진이 조그마한 액자로 기록되어 있었다. 그녀가 아끼는 책들이 벽난간에 차곡차곡 놓여 있고, 차분한 조명 밑에는 카드와 꽃병이 놓여져 있었다.









록시땅의 어메니티를 갖춘 화장실은 여행자를 위해 빈틈없이 준비되어 있었고, 로컬 디자이너가 하나하나 깎아 만들었다는 키 체인 역시 방 안에 자기만의 공간을 갖고 있다. 내가 지금까지 다녔던 세계의 수많은 호텔 중에서, 이 정도로 감동을 준 숙소는 드물었다. 물론 현지인과 함께 하는 여행을 하게 해준 게 가장 큰 이유다. 그 여행 얘기는 지금부터 차차 해보기로 하고. 


2013년 결산에서 nonie의 베스트 호텔 1위를 당당히 차지.ㅋㅋ

2013/12/30 - 2013 nonie's Awards - 올 한해를 빛내준 것들 (해외편)








3층의 옥상에는 또 다른 세계가 펼쳐진다. 빈티지 가구들과 책으로 가득한 공간, 그리고 발코니 너머에는 옛 여관 건물에 남아있던 수도관 시설에 벽걸이 화분을 연출했다. 평소에는 거의 비어있는 공간이라서, 혼자 여행 와서 차분하게 명상을 갖기도 좋겠다. 







프론트에서 체크인을 도와준 스태프 애니는 내가 도착하기 전부터 뭘 열심히 쓰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내 방에 놓아줄 카드를 쓰는 거였다. 아이고 귀여워라..ㅠㅠ 그녀는 내게 우산을 가지고 다니라는 조언을 잊지 않았다. 애니는 알고보니 케이팝 광팬에 미키유천 골수팬ㅋㅋㅋ 그녀의 귀여운 한국말로 빵빵 터져가며 함께 했던 시간들이 아직도 그립다. 


애니와 웬 수엔, 페이페이 덕분에 나는 혼자서는 절대로 할 수 없는 '진짜' 여행을 했다. 영화관을 가고, 로컬 카페를 가고, 시장에 가서 현지인들과 함께 밥을 먹었다. 그들의 조언으로 야시장도 가고, 목욕탕(관광객용 온천 말고)도 갔다. 이 모두가 1박 2일 동안 한 거라는 게 믿어지는가? 이게 바로 숙소의 위력이다. 숙소가 여행의 전부라는 나의 믿음은, 이곳으로 인해 완전히 확립되고, 더 구체화되었다. 나 역시 언젠가는 현지인과 여행자가 완벽하게 어우러지는 여행 비즈니스를 꼭 해보리라 다짐하면서. 



참고로 이 숙소의 한국인 리뷰는 현재 전무하다. 또한 각종 호텔예약 서비스의 한국어 리뷰도 거의 없다. 대만 여행과 관련해 블로그에 올리는 사진과 정보는 빙산의 일각에 불과하다. 블로그에 다루지 않는 상세 위치정보, 여행 노하우는 히치하이커 타이베이(2016년 출간 예정)에 모두 담을 예정이니 기대하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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