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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라이프스타일

[신도림] 우리 동네에도 로스팅 숍이? 커피볶는 집 모모(MOMO)

by nonie 2009. 1. 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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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야 우리 동네라는 말이 어색하지 않게 된, 신도림. 이곳으로 이사를 온지도
벌써 10개월 가까이 된 것 같다. 어릴 적 마을버스 탈 때나 가끔 오던 신도림 주변은
많은 것이 바뀌었다. 커다란 테크노마트가 들어서고, 아파트도 많고, 대형 마트도
여러 개 있다. 하지만 커피를 좋아하는 내게 신도림은 여전히 동네일 뿐이었다.
테크노마트 1층의 스타벅스 외에는 커피를 마실 곳이 없기 때문. 맛있는 커피를
마시고 싶으면 직장 주변이나 홍대같은 번화가에서 해결해야만 했다.





그런데 어느날, 집앞 대로변의 호프집이 없어지고 그 자리에 '커피를 직접 볶는
커피하우스 입점 예정'이라는 안내문이 붙었다. 얼마 후, '커피 볶는 집 모모'라는
작은 가게가 생겼다. 그 주위의 편의점, 안경가게, 떡집과는 다소 어울리지 않는,
뭔가 이질감이 느껴지는 '동네 커피 하우스'라. 과연 어떤 생각으로 이런 무모한
시도를 하게 된걸까? 너무 궁금해졌다. 하지만 선뜻 들어가기엔 왠지 모르게
망설여졌다. 밖에서 보는 모모는 너무 차분해 보였달까. 스타벅스의 자유로운
분위기에 비해 오래 앉아있기 불편할 것 같은 막연한 느낌 때문에, 언제나
스쳐 지나가기만 할 뿐이었다.





그러던 어느 날, 친구가 동네에 찾아왔다. 밥은 먹었고, 스타벅스엔 가기 싫고,
오늘이 모모를 가볼 절호의 기회로구나!
처음으로 들어간 모모는 밖에서 보는 칙칙한 갈색의 이미지와는 너무 달랐다.
그저 홍대의 어느 카페에 와 있는 것처럼 편안하고 아늑할 뿐이었다. 전체적으로
햇빛이 잘 들어와서 밝고 따스함이 느껴졌다. 우리는 가장 안쪽에 자리를 잡고
폭신한 방석에 몸을 맡긴다.





세상의 수많은 만화책 중에 내가 제일 좋아하는 '신의 물방울'이 쪼르륵
꽃혀 있는 것도 마음에 들었고, 커피점이지만 선반에 허브티를 줄세워 놓은
소박함도 예뻐 보였다. 이곳은 여성스러우신 주인장 언니 한분이 혼자
운영하고 계신다. 어느 카페를 가든 주인장의 색깔이 그대로 반영되는데
이곳도 쥔장 언니와 여러 모로 많이 닮은 것 같다.






맨날 이곳을 지나쳐 가면서 장사가 과연 될까? 궁금했었는데, 우리가 앉아 있는
와중에도 여러 사람이 다녀간다. 굳이 앉아서 커피를 마시러 오는 게 아니라
갓 볶은 커피 원두를 사가는 사람들이다. 유리병 안에 산지별 커피를 볶아서
준비해놓으면, 손님들이 와서 향을 맡아보고 마음에 드는 커피 원두를 사가는
식이다. 우리는 커피를 기다리면서, 사진도 찍어보고. :)





커피 농도에 대한 저 문구...예전에 목동의 커피 로스팅 샵에서도 같은 구절이
벽에 붙은 걸 본 기억이 난다. 로스팅 샵들의 특징인가;;;
'모모'라는 이름을...소설책 모모에서 따온 것일까? 어릴적 너무나 재밌게 읽었던
책 모모가 벽 한쪽에 덩그러니 꽃혀 있다.






그녀는 컬럼비아 슈프리모, 나는 오늘의 커피인 이디오피아 예가체프를 주문했다.
그리고 빠질 수 없는 여자들의 티푸드, 케이크. :) 우리는 사진을 보고
레어치즈 케이크를 주문해봤다.







집에서 내가 볶은 커피는 로스팅 상태가 고르지 않아 잡미가 느껴지고 맛이
들쑥날쑥한데, 확실히 로스팅 샵에서 전문가가 내려주는 커피는 맛이 다르다.
부드럽고 향이 살아있으며 온도가 적당했다. 커피가 그냥 술술 넘어간다 ㅠ.ㅠ
케이크는 아마 외주 제품이겠지. 레어치즈는 그럭저럭 부드럽고 맛났다.







커피잔이 비워진 지 한참이 지나도록 수다에 여념이 없자...쥔장 언니가
슬쩍 "커피 더 드릴까요?"하고 물어오신다. 리필 서비스는 기본으로 해주신단다.:)
케냐 AA를 내려주셨는데, 예가체프에 비해 확실히 맛이 강하고 씁쓸함이 느껴진다.
커피 리필로 에너지 만땅 충전된 우리, 또다시 수다에 초집중 ㅎㅎ
조용히 커피를 내리는 일에만 집중하시는 쥔장 언니 덕분인지, 아늑한 카페 분위기
때문인지, 이상하게 스타벅스에서 사람들의 소음을 뚫어가며 힘겹게 대화를
나누는 것보다 훨씬 기분좋은 시간이 되었던 것 같다.






계산을 하고 나가면서 보니까, 문간에 스탬프 카드가 가득 붙여져 있다. 벌써
단골고객들을 꽤나 많이 확보하신 듯. ㅎㅎ 저녁 시간에는 자리가 거의 차는 편이다.
요즘에는 커피 스쿨 강습도 틈틈히 하신다고. 원두는 택배로도 구입할 수 있다. 
가격은 오늘의 커피가 4000원, 산지별 드립 커피가 5000원 선이다. 케이크는 3000원.
Take-out은 30%나 저렴하니 갑자기 커피마시면서 집에 가고 싶을 때도 이곳을
찾게 될 듯 하다. 다음에는 모모만의 하우스 블렌딩 커피를 맛봐야겠다.
위치는 신도림역 2번 출구에서 나와서 테크노마트 지나 미래초등학교(구로구청)
방향으로 걷다 보면 버스정류장 바로 근처에 있다. 테크노마트에서 완전 가까우니
찾기 쉬울 듯. 신도림 근처에 왔는데 밥먹고 갈 곳이 없다면 한번 체크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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