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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Scotland

[스코틀랜드 겨울여행] 스코틀랜드의 과거와 현재를 만나다, 에딘버러 국립 박물관

by nonie 2009. 1. 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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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다시 거리로 나오니 날씨가 어느새 어둑어둑해진다. 또 비가 오려나.
대로변에서 지도 한 장만 들고 바들바들 떨고 있는 두 동양인 꼬마들이
안쓰러웠는지, 한 할아버지와 할머니가 다가와 "어디 가니?"하고 물으신다.
"네...에딘버러 국립 박물관이요~" "그건 저 스트리트로 주욱 올라가면 돼. 가까워! "
친절한 현지인 어르신들 덕에 헤매지 않고 바로 박물관을 찾아갈 수 있었다.^^
스코틀랜드 사람들은 무뚝뚝해 보이지만 대부분 친절하고 자상했다. 적어도
우리가 만난 사람들은 그랬다.  

 




조그만 오르막길을 지나 박물관 앞에 도착. 워낙에 유명한 박물관이라 그런지
대낮부터 차도 사람도 많다. 커다란 벽돌로 지어진 웅장한 건물은 총 6층 규모로
시대 별로 문화재를 분류해 전시하고 있다. 독특한 것은 한국의 국립 박물관이
대부분 과거의 유물만을 전시하고 있는 것과는 달리, 에딘버러 국립 박물관은
스코틀랜드의 과거부터 현재까지 두루 아우르는 멀티미디어 자료를 대거
배치해 놓았다는 점이다.






사실 스코틀랜드의 역사에 대해 빡세게 공부하고 간 것이 아니기에
구경하면 할 수록 궁금한 것도 점점 많아졌다. 특히 수많은 역대 왕조의 역사부터
산업 혁명, 그리고 신대륙 진출까지 방대한 내용을 다루고 있다. 오기 전에
대략적인 영국의 역사책을 한번 훓고 왔으면 좋겠다는 아쉬움이 많이 들었다.

중세 귀족 사회의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티타임 문화. 사진과
유물을 적절히 배치해 리얼리티를 높였다.







당시의 복식 문화도 한눈에 볼 수 있다. 사실 귀족 여성들의 화려한 드레스나
가발 같은 의상을 많이 보고 싶었는데, 그런 것보다는 군인이나 기사들의 의복,
전쟁 전리품들이 많았던 듯.  






제일 기억에 많이 남는 것 중 하나가 사진 속의 거대한 조형물이다. 끼익끼익
소리를 내며 위 아래로 막 움직이길래, 뭐지? 하며 다가갔더니, 작두 ㅎㄷㄷ
마녀로 몰린 사람을 처형하거나 사형 집행을 할 때 사용했던 기구로 보인다.
 이게 뭐 자랑거리라고 실물 크기로 움직임까지 재현해서 한 가운데 세워놓은 거지;;;
나쁜 점도 다시 보자...라는 뜻으로 이해하긴 했지만, 왠지 찜찜하다.







박물관 곳곳에는 관람객이 참여할 수 있는 코너가 마련되어 있어 눈길을 끈다.
Did you know? 라는 물음과 함께 작은 종이들이 놓인 책상이 있다.
Leaving home, 집을 떠난다면, 당신이 얻는 것과 잃는 것은?
내 동생은 연필을 쥐고 답을 쓴다. 다른 이들의 답변과 함께 벽에 붙이며
만족해 한다. 뭐라고 썼는지 봤더니 얻는 건 '용기', 잃는 건 '돈'이란다. ㅎㅎ
그래. 아마도 유학을 앞둔 그녀의 덤덤한 자기 고백일테지.


전시관 한쪽 구석에 마련된 Dress Up에서는 이런 저런 스코틀랜드 전통
소품을 걸치고 거울 놀이를 할 수 있다. ㅋㅋ 첫번째 사진은 유명한 체크무늬
치마를 걸친 모습, 두번째는 찐빵처럼 커다란 전통 모자를 쓴 모습.






스코틀랜드의 지난 역사를 엿볼 수 있는 많은 자료들은 아무런 준비 없이
이곳을 방문한 우리에게 큰 도움을 줬다. 하지만 스코틀랜드의 현재를
과연 박물관이 어떻게 담고 있는지도 참 궁금했다. 그래서 꼭대기 층으로 향한다.
A Changing Nation이라는 부제를 담고 있는 6층 전시관, 그들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었을까?







현대 전시관에서 가장 깜짝 놀란 것, 스코틀랜드의 현재를 읽는 아이콘으로
에이미 맥도날드가 전시되어 있었다! 우리는 그때만 해도 그녀의 공연을 앞두고
있었기 때문에 그저 놀라울 뿐이었다. 그녀는 12살때 트래비스의 음악에 감동을
받아 음악공부를 시작했다고 알려져 있다. 그녀가 기증한 것으로 보여지는
옛날 일기장과 트래비스 공연 티켓 등 풋풋했던 그녀의 소녀 시절이 담겨 있었다.






아직 신인인 가수를 내셔널 뮤지엄에 전시할 수 있다는 자체도 놀라웠지만,
그 외에도 스코틀랜드의 현재를 한눈에 읽을 수 있도록 인기 브랜드의 제품과 약품,
유명인, 스포츠 선수 등을 재미있게 전시해놓은 점이 눈에 띄었다.







에딘버러 국립 박물관을 돌아보면서 가장 크게 느꼈던 것은
박물관이 꼭 점잖고 무게잡는 따분한 공간이 아니어도 충분히 유익할 수 있다는
것이다. 사실 그동안 여러 나라를 여행하면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일부러 안가려고
애를 썼었다. 하지만 결국 그 도시의 과거부터 현재를 가장 빠른 시간에 알려주는 장소는
박물관이었다. 에딘버러의 국립 박물관 역시 스코틀랜드를 알고자 하는 이들에게
좀더 효율적이고 재밌게 전달하기 위한 참신한 시도를 곳곳에 배치해 두었다.
게다가 거창한 첨단 멀티미디어가 꼭 없어도, 천천히 돌아가는 흑백 필름 영상이나
손쉽게 체험할 수 있는 소품, 간단한 설문 등을 통해 어린 친구들의 이해를 돕는
작은 배려가 참 좋았다. 실제로 견학온 학생들이 즐거워하는 모습을 많이 봤다. 

에딘버러의 국립박물관에 대한 정보는 홈페이지에서 확인할 수 있다.
입장료는 무료(Donation). 입장 시간은 Daily 10:00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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