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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Canada

캠퍼스에서 미리 만난 2008년 가을, UBC(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by nonie 2008.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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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덧 공식 일정으로는 마지막날. 그 어느 때보다도 시간이 야속하게만
느껴지는 밴쿠버에서의 넷째날 아침이 드디어 밝아왔다. 

사실 오늘은 빅토리아를 가기로 한 날. 아침 일찍 공항 근처 호텔로 짐을 옮기고
공항에 가서 빅토리아행 버스 정류장까지는 금방 찾았다. 그런데 인포메이션 센터에서
버스 가격을 물어보니 안구에 쓰나미가 밀려오는 가격;;; 둘이 합쳐서 편도만 10만원 든다.
게다가 새벽에 출발하는 것이 아니면 사실상 당일치기로 다녀오기가 힘들다. 가는데만 
3시간 30분인데 이미 오전 10시가 다 되어가고...도저히 각이 나오지 않아 결국 포기.  

그럼 어디 갈까? 밴쿠버 다운타운은 이제 얼추 다 구경했고(호텔 옆 랍슨 스트리트는
벌써 몇 번을 왔다갔다 했는지 상가 순서를 다 외웠다;;;) 밴쿠버 밖으로 나가기엔
너무 애매한 시간이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바로....UBC.
사실 난 도시의 대학교 캠퍼스 구경하는 것도 참 좋아한다. 뉴욕에서는 NYU 앞
공원에서 한참을 앉아서 구경하기도 했고, 이스탄불에서는 이스탄불 대학 내 강의실까지
들어가보기도 했고, 독일에서는 학생 식당에서 밥을 먹었다. 캠퍼스는
어느 나라에서건 친근하고, 젊음을 느낄 수 있는 가장 좋은 여행지다.








UBC는 공항에서 바로 가기엔 좀 애매하고, 일단 다운타운으로 들어가서 시내버스를
타면 쉽다. 초행길이라 일단 눈에 익은 거리까지 올라간 다음, 다시 남쪽으로 내려오는
조금 노가다를 감행했다.(덕분에 돌아올때는 그랜빌 쪽에서 쉽게 갈아탔다)
UBC가 종점인 버스에 몸을 싣고 한 30분 쯤, 꽤나 오래 버스를 탄다. 슬슬 키칠라노의
자유분방한 거리를 지나 Untversity Blvd.의 푸른 전경이 나타나기 시작하면
UBC의 넓디 넓은 캠퍼스가 이제 가까이 온 것이다.








버스는 UBC 입구라기엔 조금 애매한 곳에 우리를 떨궈주곤 곧바로 다운타운 행으로
표시판이 바뀐다;; 여기가 학교 앞인 건 알겠는데, 이제 어디로 가야 하지?
다운타운보다 훨씬 한적하고 조용한 이곳. 캠퍼스의 넓은 기운이 벌써부터
팍팍 느껴진다. 우선 내린 자리 주변부터 천천히 돌아보기로 한다. 입구 찾는 데도
한 30분은 걸린 듯한;;







 여행 4일이 지나서 처음 펴본 한국판 가이드북에는 UBC가 소개되어 있긴 하다.
입구 왼쪽에 있는 서점에서 캠퍼스 맵을 구해서 다니는게 좋다고 나와 있다.
그러나...오늘은 일요일 ㅠ.ㅠ  서점의 문은 굳게 닫혀 있었다.
할 수 없이 발품을 조금 팔기로 한다. 어짜피 큰 목적 없이 방문한 것이라
특별히 보고 싶은 게 있는 건 아니었다. 대부분은 이곳에 인류학 박물관을
보기 위해 온다. 하지만 우리는 박물관에 큰 욕심이 없는지라...
오늘의 컨셉은 한가로운 캠퍼스 산책.








이놈의 캠퍼스가 얼마나 넓은지 아직 감은 잘 안 오지만
왠지 이런 표지판만 봐도 좀 겁이 난다;; 남쪽, 북쪽 방향에 따라 완전히
다른 볼거리가 나올 듯한...나중에 돌아보고서야 실감했다. 너무너무너무 넓어...;;;
게다가 캠퍼스를 잘 알지 않는 한, 일요일에는 거의 문을 닫기 때문에
음료수 사먹기도 쉽지 않다. 정문 밖에 있는 Shoppers에서 물 한병은 사가지고
들어가자. 오후 3시까지 물 한방울도 못마셨다는 슬픈 사연이...






정말 웃기는 건, 인류학 박물관은 끝내 못찾았지만
누드비치로 알려진 렉 비치의 입구는 한 번에 찾았다는 것! 그것도 우연히..;;
이 표지판이 세워진 옆길로 수많은 사람들이 삼삼오오 짝을 지어 부지런히
아래쪽 해변으로 내려가고 있었다. 다들 수건과 비치용품등을 챙겨가지고...
비키니만 안에 입고 왔어도 여기서 바로 해변 고고씽인데!!!! 흑흑 ㅠ.ㅠ
UBC 와서 해변을 만날 줄은 꿈에도 예상하지 못했기에...
선탠에 한이 맺혀 땅을 치는 nonie, 다시 캠퍼스로 발길을 돌린다.
결국 밴쿠버에서 수영복은 한번도 못입고 다시 가져왔다는...;;







해변 도로에서 본 캠퍼스의 돌벽. 학교 이름이 웅장하게 새겨져 있었다.







그런데, 좀전에 해변도로에서 본 풍경은 늦여름의 아쉬움을 붙잡고
선탠을 즐기는 이들의 모습인데. 캠퍼스 안으로 들어오니 이곳엔 어느덧
가을이 오려는 듯 하다. 아직 푸른 나무들이 대부분이지만
군데 군데 빨간 물이 드는 걸 보니, 9월 말 쯤의 UBC는 정말 단풍의 절정이겠구나
하는 상상이 절로 들게 한다.







우거진 나무들 틈으로 왠 폭포;;가 있길래 한번 내려와본다. 구조가
참 신기하게 생긴 건물인데다, 학교 건물에 왠 폭포?;







알고보니 도서관이라는 표지판이 붙어 있다. UBC에는 아시아인들을 위한 도서관도
따로 있다는데, 이곳이 거긴지는 잘 모르겠고;; 전체적으로 건물이 둥글게 생겨서
정말 특이했다.






캠퍼스의 로망, 드넓은 잔디밭!!!
한쪽에서 축구를 해도 다른 한쪽에서는 전혀 지장이 없을 만큼, 넓고 또 넓다!
아..우리 모교의 쪼매난 뒷동산과 너무 비교되는구나 ㅠ.ㅠ
아직은 뜨거운 땡볕이 내리쬐는데도, 그늘 한점 없는 한 가운데 자리 펴고 앉아
볕을 즐기는 사람, 운동하는 사람, 책 읽는 사람 등등....완벽한 자유가
느껴진다. 동시에 우리도 갑자기 졸음이 마구마구 밀려온다.
그래서...가이드북 복사본 마구 뜯어서 요렇게조렇게 잘 펴놓고, 드러누워서
한참 잤다.;;;; 여기서 가장 오랜 시간을 보낸 듯 ㅋㅋㅋ
다리 쪽에 햇빛이 직선으로 꽃히는 바람에 청바지가 타버리는 줄 알았다;;;







한참을 땅바닥에서 잤더니 몸이 너무 아프고 피곤하다. 기력을 보충하기 위해
힘겨워진 몸을 이끌고 돌다가 겨우 이곳을 발견했다. 썰렁한 일요일의 캠퍼스에
구세주같이 나타난 까페, '솔트스프링스 커피'. 팀호튼 처럼 캐나다에서는
잘 알려진 브랜드다. 마트에서도 솔트스프링스의 마크가 새겨진 원두를 쉽게
발견할 수 있어 더욱 궁금했었다. 커피를 좋아하는 nonie는 팀호튼에 이어
이곳 커피맛이 어떤지 너무 궁금했다. 사실 배도 너무 고팠다;;
 






팀호튼에 도너츠류가 풍부하다면, 솔트스프링스에는 간단한 식사 대용 메뉴가 많다.
우리가 고른 건 포카치아 샌드위치, 그리고 주머니빵같이 생긴 샌드. 그리고
생명수와도 같이 느껴진 아이스 커피, 이름하야 "아이스 캐내디아노";;
처음엔 Canadiano란 이름 때문에 뭔가 Americano랑 다른 점이 있겠지, 메이플
시럽이라도 한방울 쳐주겠지;;해서 시켜본 건데, 아니었다! 아메리카노를 캐나다에서
사 먹으면 캐내디아노다. 허걱;; 물론 시럽은 바에서 자기가 알아서 쳐서 먹으면 된다.
커피를 거의 원샷해 버렸다. 맛을 느끼기도 전에..






카페에서 점심 먹으며 바라본 캠퍼스의 풍경. 하늘이 너무 아름답다.
밴쿠버 하늘에는 저렇게 옆으로 길게 퍼져있는 구름을 많이 볼 수 있었다.

일요일이어서 주변에 사는 많은 가족들이 아이들과 함께 캠퍼스에서
한가로운 시간을 보내고 있었다. 특히 중국인 이민자 가족이 많았다.
그들을 보면서 뭐랄까. 우리나라에서와는 다른 종류의 '행복'이 느껴졌다.







대략 그로기 상태가 된 ;; 슬슬 돌아갈까 하며 입구 쪽으로 발길을 돌린다.
정문 근처에는 큰 풀장이 있다. 풀장 담벼락에는 살포시 가을이 물들어가고 있다.^^

그런데 풀장을 끼고 휙 돌아보니 학생회관이 있다!  UBC의 학생회관, 여기까지
왔는데 안 들어가볼 수 없지.







마치 우리네 학생회관에 온듯 정겨운 풍경의 학생회관 로비.
자판기와 피자가게, 인터넷을 할 수 있는 휴게실 등이 있었다.






게시판 가득한 색색의 광고전단들.
젊음과 활기가 넘치는 UBC의 모습이기도 하다.






학생회관 뒤에도 가을은 어김없이 찾아오고 있었다.
아직 공기는 후끈한데, 바람에 날리는 낙엽소리는 어딘가 묘하게 느껴진다.







UBC. 다시 찾을 수 있을까?
언제가 될지는 모르지만, 여기서 얻은 많은 추억을 안고.
다음에 올때는 꼭 비키니를 안에 입고 와야겠다는 다짐을 하며;;;
아쉬운 발걸음을 돌린다.






 
정문 앞에 있는 Shoppers에 들어가본다. 슈퍼마켓이라면 무조건 들어가보는 nonie;;





1불도 안되는 레몬맛 음료수. 우리나라의 2%같은 컨셉인데. 맛없다 ㅠㅠ



다운타운행 17번 버스를 타고, 우리는 그랜빌에서, 그리고 다시 호텔이 있는
리치몬드로 향한다. 이제, 마지막 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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