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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커리어

한 해의 계획, 세우고 계십니까? feat. 콘텐츠로 먹고 살기

by nonie 2018. 1. 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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Mandarin Oriental Macao, 2016



매년 느끼지만, 2017년 결산글을 쓰면서 특히나 더 놀랐다. 작년에 세웠던 계획과는 전혀 무관하게 한 해가 꾸려졌다는 걸 깨달았기 때문이다. 심지어 내가 짰던 계획은 1년 후인 지금 보니, 굉장히 소심하고 작은 계획이었다. 그렇다면 올 한 해 계획은 짤 필요가 없을까? 그건 아니다. 대신 계획을 세우는 방법을 조금 바꿔보기로 했다. 크고 멀어보이는 목표를 먼저 만들고, 그 속에서 일어날 많은 일에겐 여지를 남겨놓기로 했다. 방향성이라는 걸 한 번 정해 놓으면, 그래서 좀 편하다. 


새해가 되니 유독 프로젝트성 계획을 세우는 사람들이 주변에 많아졌다. 책 100권 읽기, 유튜브 100개 찍기, 블로그 포스트 100개 쓰기, 심지어 '돈까스집 100군데 가기'같은 목표도 봤다. 사실 일본에서도 이러한 프로젝트성 to-do는 흔한 콘텐츠 메이킹 방식이다. 스스로의 한계를 넘어 일관적인 결과물을 만들어 내는 데는 좋은 방법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중요한 건, '왜' 만들 것이냐 아닐까? 공교롭게도 올해 큰 트렌드가 '아무나 되면 어떠냐' 대략 이런 기조인 듯 하다. 그래서 특히나 '왜'라는 질문은, 스스로에게 잠시 미뤄두기 좋은 분위기다. 어짜피 뭐가 될 것도 아닌데, 아무거나 해보면 어떤가? 자기만족이고 성취면 됐지. 


이런 프로젝트를 잘 살펴보면, 보통은 자신에게 없거나 부족한 점을 보충하는 개념의 계획이 많다. 먼저 '무엇'을 하고 싶다기 보다는, '누구처럼 되고 싶다'는 막연한 생각이나 동경에서 출발하는 계획이 많기 때문이다. 난 모든 사람에게는 가용 에너지의 총량이 정해져 있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한 해의 계획은 이 에너지를 어떻게 분배할 것인가에 맞춰야 한다고 본다. 그렇다면 자신이 이미 가지고 있는 강점에 더 시간과 정성을 쏟는 것이, 없는 것을 새로 만드는 것보다 훨씬 효율적이다. 안타까운 건, 우리는 어릴 때부터 강점보다는 약점에 시간을 쏟도록 훈련되어 왔다는 것이다. 그래서 끊임없이 남의 성취나 결과에 영향을 받아 그것을 좇아간다. 내가 지금 어디 서 있고, 어디로 가고 싶은지는 막상 물어보면 잘 모른다. 


특히, 나를 찾아오는 사람들은 주로 콘텐츠에 진지한 고민을 가진 사람이 많다. 오히려 다른 분야의 직장인보다는, 같은 콘텐츠 업종 사람들이 직업의 독립에 나름 성공한 '비법(...그런거 없는데;)'을 궁금해 한다. 보통 '콘텐츠로 먹고살고 싶다'고 외치는 사람들의 특징은, 프로젝트성 계획을 매우 엄청!! 거창하게 짠다는 것이다. 매년 테마도 비슷하다. '부족한 영어회화를 잘해 보겠다'. 혹은 '유튜브로 월 200만원 벌겠다' 같은 뜬금없는 목표를 얘기하지만 그걸 진짜 이루는지 어떤지 솔직히 관심이 없고, 개인적으로 만나고 싶은 부류도 아니다. '저 사람은 자기 에너지를 참 비효율적으로 분배하면서 사는구나' 그런 생각이 들 뿐이다. 


또 다른 '콘텐츠로 먹고 살고 싶다'고 외치는 이들의 공통점은, 대부분 자기 콘텐츠가 없어서 '큐레이팅'에 의존한다는 것이다. 한 마디로 다른 사람의 이야기, 다른 사람의 생각을 모아서 장사하는 부류다. 이들은 끊임없이 '브랜딩'에 목을 맨다. 왜? 자기 콘텐츠(내공)가 없으니 브랜딩으로 포장이라도 해야 팔리니까. 브랜딩을 위한 브랜딩만 하는 이런 부류가 자기 콘텐츠의 진짜 의미를 알기나 할지, 그게 더 궁금하다. 강의를 하는 입장에서, 오디언스(청중)의 수준은 최근 몇 년간 엄청나게 진화했다. 본인 얘기인지 아닌지, 전문성이 있는지 없는지 바로 알아챈다. 그렇다면 오직 경험(세계일주같은)만 있는 콘텐츠는 상품가치가 더 높을까? 달랑 경험만으로는 책이든 강연이든 1번 소비되면 그것으로 끝이다. 생명력이 짧다는 얘기다. 


큐레이션 개념이 자리를 못 잡던 초창기에는, 여행 분야에서도 블로그 링크나 긁어가서 광고 수익 올리고 투자 받는 쓰레기 서비스들이 엄청나게 쏟아져 나왔더랬다. 몇번 그에 관한 포스팅을 쓰기도 했지만, 역시나 내 예상대로 몇 년이 흐른 지금 대부분의 서비스는 자취를 감췄다. 콘텐츠 제작자도 마찬가지다. 만약 '리뷰' 위주의 파생 콘텐츠, 즉 타인이 이룬 결과물에 본인 의견을 보태서 큐레이션하는 역할에 머물고 있다면, 장기적으로는 방향성에 대해 많은 고민을 해야 할 것이다. 왜냐하면 큐레이션을 하는 사람은 너무나 많아서, '누가' 큐레이션하느냐가 훨씬 중요하기 때문이다. 결국은 전문성의 문제다. 


갑자기 내가 '이 분야의 책 100권을 읽어서, 혹은 이런 강의를 해서 전문가로 포지셔닝해야지'라는 목표를 세운다고 해서 그게 될까? 장기적으로 지난 삶에서 쌓아온 결과물을 특정 전문성으로 발전시키는 자기성찰 과정이 없이 전혀 다른 쪽에서 브랜딩이나 전직을 시도한다면, 오히려 이도저도 아닌 존재가 될 뿐이다. 오랜 시간 투자하는 '자기 콘텐츠와 플랫폼'을 갖는 것이, 그 무엇보다 중요한 이유이기도 하다. 그래서 나는 습관적으로 브랜딩부터 선행하는 이들의 콘텐츠(책, 강의 등)는 신뢰하지 않는다. 


'아무나 되어도 괜찮은' 2018년이라고는 하지만 내년에는 또 다른 트렌드가 찾아올 테고, 결국은 개인의 경쟁력이 준비되지 않는다면 현실적으로 매우 힘든 미래인건 기정 사실이다. 너무 먼 곳에서 목표를 찾기 보다는, 지금까지 이뤄온 것들을 돌아보면서 가장 가까운 곳에서부터 시작해보면 어떨까. 문득 새해계획을 에버노트에 정리하다가, 일기처럼 쓴 글이 길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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