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INSIGHT/커리어

[인터뷰] 좋아하는 일(여행)으로 새로운 직업을 창출해 낸 원동력은?

by nonie 2017. 12. 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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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0년 전 기자 시절에는 남들을 인터뷰하느라 바빴는데, 이제는 잊을 만 하면 한 번씩 요청을 받는 입장이 됐다. 몇 달 전, 각 분야의 지식인이나 전문가를 만나 이야기를 듣는 미디어와 인터뷰를 가진 적이 있다.

이 인터뷰의 취지는 '자신이 좋아하는 일(여행)으로 새로운 직업을 성공적으로 창출해 낸 원동력과 결정적인 계기는 무엇인가?'에 맞춰져 있었다. 영상 촬영이 동반된 인터뷰여서 사전 답변을 작성했는데, 우연히 에버노트에 남아있던 초고를 발견한 김에 내용을 조금 보완하여 소개해 본다. 







Q. 한국에서 하는 일과 해외에서 하는 일이 다르다고 들었는데? 


Nonie: 국내에서는 주로 기업 임직원을 대상으로 여가 설계 및 스마트 여행 커리큘럼을 교육한다. 길게는 4~5주짜리 프로그램부터 단발성 특강까지 다양하고, 대상은 해외여행의 주요 소비층인 30~50대의 실무진과 임원급이 대부분이다. 

특히 최근에는 조기 퇴직이 늘어나면서 기업마다 다양한 전직/생애설계 프로그램을 운영하는데, 금융권이나 공기업, 대기업 임직원들이 주요 대상이다. 대체로 연령대가 높고 시간적/금전적 여유가 있기 때문에 해외여행에 대한 관심도가 엄청나다. 평생 패키지 여행과 출장만 다니던 분들에게 여행에 대한 새로운 관점을 제공하고, 자신만의 여행을 설계하는 방법을 스마트하게 돕는 전문 커리큘럼을 직접 만들어 교육하고 있는데 해마다 수요가 크게 늘고 있다.  


외국에서는 업계와의 협력과 초청으로 전 세계 호텔과 여행지를 취재하고, 이를 전문 콘텐츠로 제작해 한국에 알리는 역할을 한다. 2012년부터 꾸준히 전 세계의 독특한 호텔을 취재해 왔다. 현재 약 20여개 국에 있는 120곳의 호텔을 국내에 소개했다. 해외에서 일하는 시간은 연 평균 60~80일 정도다. 일이긴 하지만 철저히 주도적으로 계획하는 여행이라 따로 휴가를 낼 필요가 없고, 본업인 강의에도 저절로 도움이 된다는 게 장점이다. 

최근에는 단순히 호텔만 취재하는 것이 아니라,  해외 포럼이나 컨퍼런스에도 초청받아 참석하고 있다. 10년간의 여행 인플루언서 & 취재기자 경험을 토대로 글로벌 업계 트렌드를 연구하고 있으며, 이를 해외에 알리는 역할을 하기 위해 준비 중이다.  






plaza premium lounge, hong kong, 2017



Q. 이러한 직업을 갖게 된 데는 역시 여행이 큰 역할을 한 듯 하다. 여행에서 얻은 가장 큰 수확이나 인사이트가 있다면? 


Nonie: 10년간 쌓아온 여행업 커리어를 바탕으로 기존에 없는 전문 영역을 구축해 왔고, 어느덧 4년차를 맞았다. 왠간한 인적 네트워크 없이는 발붙이기 힘든 기업강의 시장에서, 나름대로 잘 버티며 조금씩 성장해 온 것 같다. 다행히 여행업계와 IT, 출판업계를 차례로 거치면서, 주변에 전문적인 조언을 구할 만한 좋은 분들이 많았다. 직장인 시절에는 단 한 번도 무대에서 강의할 기회가 없었다. 나조차도 알지 못했던 스피치라는 재능을 '여행' 분야 전문성과 결합할 수 있게 된 건, 객관적으로 나를 평가해 주고 격려해준 이들이 없었다면 불가능했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지식사업 분야는 굉장히 경쟁이 치열한 시장이라, 단순히 말과 글에 능하다고 성공이 담보되지 않는다. 강사의 경쟁력은 분야 전문성이 얼마나 갖춰져 있느냐인데, 약 17년간 꾸준하게 나만의 기준으로 해온 여행이 결국 다양한 직업을 거쳐 지금의 일로 연결된 원동력이다. 



Q. 여행에 남다른 기준이 있다는 이야기인데, 그 '기준'이란 무엇인가?


Nonie: 대학 시절 '해외견문단' 프로그램에 선발되어 첫 배낭여행을 시작한 이래, 지금까지 많은 여행을 '경쟁'에 도전해서 선발되는 방법으로 떠났다. 친구들이 워홀이나 배낭여행 경비를 위해 알바를 할 때, 나는 반대로 '어떤 여행 경험을 내 삶에 더해야 할까?'를 고민했다. 그래서 해외탐방이 걸린 온갖 콘테스트와 인턴십에 도전하며, '왜 다른 사람이 아닌 나여야 하는가'에 대한 답을 준비했다. 그 과정에서 오히려 여행 자체보다 더 큰 성장을 할 수 있었다. 이렇게 희소성을 지닌 체험은 나를 스토리텔링하는 데 엄청난 무기가 되기도 했지만, 경험의 결 또한 내 돈 주고 가는 여행과는 완전히 다르다. 나 혼자 가는 여행은 내 시야와 내 지갑 두께만큼만 세상을 볼 수 있지만, 기업과 업계에서 선발된 여행에서는 비용 걱정 없이 '개인적으론 절대 할 수 없는' 경험을 할 수 있다. 화장품 전문가를 꿈꾸던 대학생 시절, 로레알 일본 지사를 탐방했던 도쿄취재 특파원같은 경험이 좋은 사례다.

2002년~2014년까지의 12년 세계여행 히스토리는 여기.


이렇게 나만의 경쟁력을 확보하면서 경제적 한계를 뛰어넘어 여행을 계속할 수 있었고, 결과적으로 그 경험이 누적되어 내 삶과 직업은 완전히 새로운 영역을 만들었다. 지난 시간을 돌이켜 봤을 때 좋아하지 않는 일로 돈을 버는 데 삶을 소비하고, 그 돈을 짧은 시간에 다 쓰고 다시 제자리로 돌아오는 여행 패턴으로는 아무런 삶의 변화를 이끌어낼 수 없었다. 특히 세상에 대한 시야를 넓히고 양질의 경험이 많이 필요한 20대에는 여행의 물리적인 양을 늘리는 게 급선무였기에, 여행을 업으로 한 취재기자가 된 것이기도 하다. 단순히 '여행을 좋아하니까 언젠가 여행하는 삶을 살아야지!' 라는 막연한 발상으로 목적없는 여행만 반복했다면, 절대로 지금의 '일과 여행이 공존하는 삶'을 갖지는 못했을 것이다. 


개인적으로는 어릴 때 음악을 하면서 생긴 다양한 취향이 자연스럽게 호기심과 열정으로 연결되는데, 이 지점이 삶의 중요한 에너지가 되는 것 같다. 또 거꾸로 여행이 삶의 에너지를 불러 일으키는 데 원동력이 되기도 한다. 많은 것을 보고 접할 수록, 더 많은 게 궁금해지기 마련이다. 나에게 여행은 '삶의 기술'을 배우는 커다란 장이다. 그래서 현재를 즐기기 위해 돈을 쓰는 소비적인 여행은, 처음부터 관심이 없었고 지금도 하지 않는다. 나에게 여행은 미래를 위한 투자이고 공부이며, 반드시 지금 위치에서 한 스텝 나아가도록 여행(이자 비즈니스)의 목적을 세운다. 그 결과는? 온전히 내 힘으로 멋진 곳에서 여행과 일을 하고, 그 둘 사이에서 더 이상 방황하지 않게 된 지금이다. 여행을 할수록 커리어도 더불어 성장하고 삶도 윤택해지는 나만의 방식을 어느 정도 구축한 것이, 이 직업으로 얻게 된 가장 큰 수확이다. 







-> 2017년 10월, 태국정부 초청으로 떠난 태국 북부 12일 체험여행. 전 세계에서 1만 5천명이 도전해 총 6명만이 선발되었다.  



3.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이라는 책을 통해 전하고 싶었던 여행법은 구체적으로 어떤 것인가? 


Nonie: 자신만의 취향이나 관심사를 반영한 자기주도적인 여행을 하고 나면, 해당 관심사에 대한 견문이나 시각이 훨씬 넓어진다. 그러나 여기서 말하는 취향이라는 게, '맛집 찾기, 산책하기, 현지인 체험하기'와 같은 단순한 희망사항(특히 외부나 미디어의 영향을 받은 것)을 얘기하는 게 아니다. '지금의 직장을 벗어나면 앞으로 무엇을 하고 싶은가?' 혹은 '진짜 하고 싶었지만 이런저런 이유로 포기했던 일은 무엇인가?'를 생각해보면 좀더 쉽다. 최근 '혼자 하는 여행(혼행)'이 인기를 끄는 이유 중에는 자아발견의 목적도 크다고 본다. 꼭 혼자 떠나지 않더라도 자신의 욕망과 취향에 집중한 여행을 한다면, 고스란히 자신의 삶에 반영될 것이다. 책에도 그런 내용이 주를 이룬다. 


이 책은 출간된 지 벌써 4년 가까이 됐다. 당시 서평 중에 기억에 남는 서평이 있다. 

"나와는 전혀 다른 삶을 살고 있는 저자가 부럽고 신기했다. 여행의 비용과 그에 따르는 기회비용은 어떻게 처리를 했을까, 원래 부유해서 여행 경비 따위는 신경 안써도 되는 사람인가"라는 서평을 보면서, 그 부분에 대한 설명이 부족했구나 싶었다. 


처음부터 여행은 돈과 시간이 전제된 후에나 갈 수 있다는 생각을 하지 않았다. 여행을 다른 어떤 재테크보다 더 귀중한 '투자'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다른 것보다 우선순위로 두었다.(물론 그렇게 되도록 여행계획을 짜는 것이 중요하다) 경비가 부족해도 해외 체험을 할 수 있는 방법은 찾아보니 엄청나게 많았고, 운좋게 그 기회를 만나면 최대한 결과물을 많이 남기며 성장하고자 했다. 그 결과물은 다른 게 아니라, 바로 이 블로그 자체다. 여행에서 결과물(콘텐츠)이 남는가, 그렇지 않은가에 따라 여행으로 할 수 있는 일은 무궁무진할 수도 있고 하나도 없을 수도 있다. 그래서 여행기록은 여행만큼 중요하다. 


출간 당시 서평과 다양한 질문에 대한 답변

2013/09/27 - 내 여행을 바꾼 책 '스마트한 여행의 조건', 이것이 궁금하다!








4. 지난 10년간 꾸준하게 여행을 기록하고, 글쓰기를 가르치기도 하는데 특별한 이유가 있다면? 


Nonie: 여행을 하는 것과 여행을 기록하는 행위는 하늘과 땅 차이다. 기록을 통해 다음 여행에서 보완할 점이나 이번 여행에서의 부족한 점을 체크할 수 있다. 여행만큼 기회비용이 높은 취미는 없다고 생각한다. 어떤 일을 포기해야만 여행을 갈 수 있으니 시간도 들고, 게다가 그 과정에서 적잖은 돈이 들기 때문이다. 그런 면에서 여행을 보다 가치있게 간직하고 자기표현을 할 수 있는 수단으로, 여행기록은 큰 의미가 있다. 


단, 누구나 해외여행을 하는 지금 시대에는, 개인적인 경험을 기록하는 콘텐츠는 경제적 가치를 창출하는 업으로 발전할 가능성이 매우 낮다. 나이가 들어서도 삶을 영위할 만한 '직업'으로 성장하기는 어렵다는 뜻이다. 따라서 여행을 테마로 취미가 아닌 일을 하고 싶다면, 이 분야가 거대한 산업이라는 걸 인식하고 지식업으로서의 경쟁력을 갖춰야 오랫동안 이쪽 일을 할 수 있다. 관련 학문을 배우든, 남과 다른 경험을 10년 이상 쌓든, 현재 직업의 전문성을 구체화하든 각자만의 방식이 있을 것이다. 




Epilogue. 인터뷰가 끝나고 

평소 생각하던 바를 그대로 얘기하는 시간이어서 즐거웠다. 특히 요즘은 직업이 가진 '영속성'에 대한 생각을 많이 한다. 직장에서 벗어나 직업을 만들어가는 흥미로운 시점이기도 하고, 이 일을 평생 하려면 어떤 준비가 더 필요한지를 고민하는 다음 스텝으로 접어 들었다. 여행 분야의 전문가가 나이가 들면 어떻게 자신만의 영역을 확보하는 지에 대해서는, 한국에서는 아직 본받을 만한 사례가 없다. 하지만 해외여행 역사가 우리보다 수십 년이 앞선 일본에는, 이 분야의 선구적인 롤모델이 참 많다. 앞으로는 내가 현재 주목하고 있는 해외의 롤모델을 한 분씩 소개해 보기로. 



# 본 글은 2017.08.28에 브런치에 먼저 발행한 글입니다. 원문 보기!(클릭)






Who is nonie(김다영)? 

국내) 천상 글쓰기보다 말하기가 좋은, 트래블+엔터테이너를 지향하는 여행강사. 기업 및 공공기관의 임직원을 대상으로 '스마트 여행법' 교육 및 최고의 여행지를 선별해 소개합니다. 강사 소개 홈페이지 

해외) 호텔여행 전문가. 매년 60일 이상 전 세계 호텔을 여행하고 한국 시장에 알립니다. 또한 한국인의 해외 자유여행 트렌드를 분석하고 강연합니다. 인스타그램 @nonie21 페이스북 'nonie의 스마트여행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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