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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RAVEL/Japan

도쿄 호텔여행! 샹그릴라 클럽 라운지 조식 & 진보초에서 커피 산책하기

by nonie 2017. 8. 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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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onie X Tokyo - 호텔여행 @ 샹그릴라 도쿄 

2박 3일은 예상대로, 십 수년만에 다시 찾은 도쿄를 '여행'하기에는 너무 짧았다. 하지만 그 긴 세월만큼 멀어져있던, 오랜 경계심이나 서먹한 마음을 누그러뜨리기엔 충분한 시간이기도 했다. 마지막 반나절은, 그저 호텔 꼭대기의 아름다운 라운지 바에서 천천히 아침을 먹고, 진보초를 걸어다니면서 시간을 보냈다. 어차피 바삐 움직여도 뭔가를 할 수 없는 시간이라면, 차라리 느긋하게 보내는 게 낫지 않을까 싶어서. 








Breakfast @ Horizon club lounge

어제 아침은 메인 레스토랑인 피아체레에서 먹었으니, 오늘은 호라이즌 클럽에서 운영하는 클럽라운지 전용 조식을 맛보기로 했다. 언제나 클럽 라운지 조식은 크게 기대를 하지 않는 편인데, 어제 매니저에게 슬쩍 물어보니 꽤나 괜찮다는 코멘트를 듣고 선택한 것이다. 사실 샹그릴라 도쿄의 경우 피아체레의 조식도 대규모의 화려한 구성이 아니라 고메 뷔페에 가깝기 때문에, 두 조식간의 규모는 겉보기에 거의 차이가 없었다. 

단, 호라이즌 라운지에는 몇 가지 특별한 점이 있다. 먼저 가까운 로컬 팜에서 재배한 식재료를 주로 사용하고, 일본식으로 조리된 샐러드나 데일리 특선 메뉴가 있다. 그리고 알라까르테(주문) 메뉴 중에 일식이 있다! 그러니 오늘 아침은 일본식 당첨.










사실 처음 주문을 할 때는 일식이 있는 걸 모르고, 와플을 먼저 주문했더랬다. 그런데 직원이 조심스럽게 '재패니스 브랙퍼스트도 있는데, 한번 드셔보시면 어떠세요? 와플은 식사 후에 준비해 드릴께요'라고 묻는다. 섬세하게 주문을 챙겨준 그녀 덕분에, 37층에서 도쿄 시내를 바라보며 정성스럽게 차려진 한 상을 맛보는 호사를 누렸다. 굵은 설탕과 아이스크림을 곁들여 내오는 와플이 들어갈 위장은, 아마도 따로 있었던 듯. 솔직히 어제 먹었던 피아체레보다 더 좋았으니, 어제 매니저의 귀뜸을 새겨들은 판단은 적중한 셈이다. 호텔여행을 오래 하다보니, 나름 직관이 생긴다. 호텔리어도 대부분 매우 솔직해서, 다이닝에 있어서는 철저히 소비자의 편에서 조언을 해주는 경우가 많다. 컨시어지가 괜히 있는 것이 아니라는 것. 










서점의 거리 진보초에서, 커피 산책

귀국 비행기는 저녁편이라, 아직은 여유가 있다. 미리 짐을 싸놓고, 도쿄역에서 가까운 진보초로 향했다. 지하철이나 기차역으로 두세 정거장 정도라 부담이 없다. 서점 동네로 알려진 진보초는 도쿄여행의 일반적인 코스에는 거의 들어가지 않는 곳이지만, 커피 매니아라면 일부러 찾는 곳이다. 글리치 로스터즈 때문이다. 명성과는 달리, 막상 가보니 정말 작은 곳이어서 깜짝 놀랐다. 그런데, 작지만 사방이 통유리창으로 트여서 밝고 개방감이 느껴진다. 요란하게 콘로우 헤어를 한 바리스타에게 핸드 드립 한 잔을 추천해 달라고 했더니, 베리향이 올라온다는 원두를 골라 느릿하게 내려 가져다 주었다. 










상쾌한 향 밑으로 느껴지는 과실의 새콤달콤한 맛을 즐기며, 창가에서 한참을 앉아 있었다. 6월의 도쿄는 이미 더위가 시작되고 있었고, 도쿄 초보인 나는 가까운 진보초까지 오는 데도 이런저런 시행착오를 겪어야 했다. 잠시 땀이 식고 마음이 진정되는 시간. 아마도 가까운 시일 내에, 또 와야겠지. 애써 아쉬운 마음을 달래본다. 









글리치에서 만족스러운 커피 한 잔을 마시고, 다시 길을 나섰다. 다음으로 향한 곳은, 전 세계 희귀 원두를 모아서 판매한다는 커피점이었다. 여기는 원래 알고 간 게 아니라, 구글맵에서 우연히 발견한 거라 가게 이름도 모른다. 카페인줄 알고 가보니 원두 판매점이 아닌가. 어차피 원두도 사긴 해야 하니 잘됐다 싶었다. 


그런데 한국에는 없는 가게 컨셉이라 은근 재밌다. 뭐랄까, 주인장이 원두에 가진 열정(혹은 덕심ㅋㅋ)이 그대로 담겨 있는 곳이다. 흔한 아프리카나 남미의 주요 원산지는 물론이고, 주인장이 직접 전 세계를 다니면서 발견했다는 이런저런 원두가 진열되어 있었다. 한참 넋이 나가서 원두를 구경하는데, 한 무리의 회사원들이 왁자지껄 들어와 커피를 주문한다. 그들이 주문한 '오늘의 커피'는 100~200엔 선으로 매우 저렴하다. 가게 앞에 서서, 혹은 나가면서 휘리릭 마시기 좋게 종이컵에 담아준다. 









일본어를 못하니 이런저런 걸 물어볼 수 없어서 아쉬웠지만, 이 가게 고유의 '블렌드'는 있을 것 같아서 포장 주문을 했더니 바로 알아듣고 원두를 담기 시작한다. 통에 적힌 '마메코보'. 아마도 이게 가게 이름인듯. 또다른 직원은 내게 작은 컵에 담긴 커피를 내밀었다. 내가 구입한 블렌드 원두의 맛을 보라고 준 시식용 커피였다. 좋다, 이런 묵묵한 센스가. 


내가 생각한 것보단 비쌌지만, (한 1700엔/200g 정도 나온듯?) 그래도 만족스러운 커피 쇼핑이었다. 








서점 거리인 진보초에 와서 커피 얘기만 하자니 조금 아쉬워서 책방 얘기를 조금 남겨보자면, 결론적으로 나에겐 크게 임팩트가 없었다. 일단 진보초는 헌책방이 모여있는 곳인데, 대부분의 헌책방은 문고본 위주로 팔고 있어서 내가 찾는 중고 잡지를 사려면 어짜피 북오프같은 체인 서점이 더 적합하다. 대형서점인 산세이도에도 가보았지만, 크게 살만한 책이 있는 것도 아니었다. 아무래도 앞서 무지북스나 츠타야 긴자식스와 같은 초대형 서점을 먼저 본 다음이라 더 아쉬웠던 것 같다. 그래도 언제나, 서점 구경은 내게 큰 위안과 휴식을 안겨준다. 









저녁 비행기가 나리타에서 뜨니, 이젠 조금 서둘러야 한다. 서점과 커피점 둘러보다가 점심 타임마저 놓쳐 버렸다. 사실 진보초의 유명한 우동집을 갔는데, 개시 전부터 줄이 너무나 길어 포기해야만 했다. 하는 수 없이 오늘 점심은 로손 신세다. 안그래도 이번 여행엔 편의점도 못 가봤으니, 겸사겸사 몇 가지 사서 서둘러 호텔로 돌아갔다. 


이미 체크아웃을 했지만, 삼십 몇 층으로 올라가지 않아도 1층에 내 짐이 이미 대기하고 있어서 편안했다. 게다가 호텔 측의 배려로, 호텔 맞은 편 공항버스 정류장까지 직원이 직접 에스코트를 해주어서 진심으로 감사했다. 방콕과 라오스를 거쳐 도쿄까지 오면서 폭풍 쇼핑을 했더니 짐이 어찌나 많았는지. 인도네시아 출신이라는 샹그릴라의 직원은 내게, 요즘 한국어를 배우고 있다며 활짝 웃었다. 그의 도움으로 무사히 리무진에 탑승했고, 나리타까지 가는 동안 편의점에서 산 타마고 샌드와 명란 주먹밥을 꾸역꾸역 밀어넣으며 고픈 배를 채워본다. 언제나 여행 마지막날은 어김없이, 날씨가 좋더라. 








2박 3일 도쿄, 에필로그

숨가쁘게 달리는 메트로폴리탄, 서울에서 온 평생을 살아온 나는 여전히 대도시를 사랑한다. 같은 대도시지만 새것으로 도배된 서울과는 대조적으로, 십 수년 전과 별 다르지 않은 도심 풍경을 유지하는 도쿄는 또 그것대로 멋있다. 물론 오랜 경기 침체의 흔적은 도시 곳곳에 남아있고, 올림픽을 앞두고 이런저런 변화를 꾀하고 있지만 생각만큼 쉽지는 않아 보인다. 


그런데도 원전 사태 이후 개인적으로 일본을 가지 않았던 지난 5년동안, 놀랍게도 그 이전보다 더 많은 한국인이 지금의 일본을 찾는다. 아마도 우리에게는 찾아보기 힘든, '시간과 공을 들이는' 것을 중요한 가치로 여기는 일본의 라이프스타일 때문이 아닐까 싶다. 또한 돈을 지불하면 그에 상응하는 품질의 물건이나 음식을 내는 것이 기본인데, 아이러니하게도 그 기본을 이곳이 아닌 일본에서만 찾을 수 있는 현실 때문 아닐까. 나 역시 그러한 이유에서, 그곳에 다시 가고 싶다는 마음이 절로 든다. 이게 과연 좋은 건지 아닌지는, 아직 모르겠다. 


하나 분명한 건, 한국인이 일본여행에 쓰는 엄청난 비용에 비해서 일본은 우리를 그렇게 중요한 소비자로 보는 지는 모르겠다는 것. 이건 다른 몇몇 나라와 도시에도 해당된다. 일본의 여행업계에서 한국은 큰 손이지만, 어쩌면 마케팅(예산)이 필요없는 만만한 시장으로 보고 있지는 않은지 우려된다. 우리도 일본 여행을 할 때, 좀더 한국인에게 배려와 준비가 되어있는 좋은 호텔과 항공사를 잘 가려내는 '똑똑한 소비'가 필요한 시점이 온 듯 싶다. 최근 도쿄나 오사카에서 벌어지는 에어비앤비나 식당/숙소에서의 여러 사건을 접하고 나니, 더 그런 생각이 든다. 여행을 강의하는 사람으로써, 한국인 방문 1위인 일본을 좀더 잘 여행하기 위한 방법을 널리 알리기 위해서라도 자주 와서 살펴봐야겠다는 다짐과 함께, 짧은 도쿄 방문기 끝.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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